수리'가' 한 문제 틀려도 2등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응시한 수리 가형에서 3, 4점짜리 단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과학탐구의 화학Ⅱ 등 일부 영역에서도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9개 등급 성적만 발표되면서 한 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평준화 등급제'의 불합리한 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수능 출제와 채점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2008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수험생들에게 배포했다. 평가원은 등급제 도입에 따라 원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수리 가형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1등급 기준 비율(4%)보다 약간 많은 4.16%라는 자료만 이날 발표했다.

그러나 일선 고교가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등급 구분 점수(원점수 기준)가 공개됐다. 100점 만점을 받은 학생과 2점짜리 문제 하나를 틀려 98점을 맞은 학생이 1등급을 받은 것이 확인됐다. 신동원 휘문고 교사는 "수리 가에서 100점 만점에 98점을 받았다는 얘기는 있으나 2점 문항을 틀린 경우는 극소수라는 점에서 사실상 올해 수리 가형 1등급 구분 점수는 100점"이라고 말했다.

수리 가형에서 배점 3점 또는 4점 문항을 하나씩 틀려 2등급을 받은 학생이 많아지면서 2등급 비율은 기준 비율(7%)을 3%포인트 이상 벗어난 10.08%였다. 2등급 인원이 많아지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진로 선택에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호성 영동고 교사는 "대부분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고, 수리 가에서 한 문항을 틀려 2등급을 받은 학생이 총점은 낮지만 골고루 1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박만제 부산 용인고 교사는 "등급제 수능은 학생들이 지원 가능 학교와 합격 가능성을 예상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능 성적과 관련된 구체적인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준화 등급제의 결과가 공개된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교육부와 평가원에 빗발치고 있다. 노명완 채점위원장은 "등급제 도입 취지에 따라 점수 공개는 할 수 없다"며 "컴퓨터 채점 프로그램이 점수는 따로 계산하지 않아 아무도 (점수를)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중앙SUNDAY 주최 '2008 대입 지원전략 설명회'가 8, 9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이어집니다.

강홍준 .배노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