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씨티은행 한미銀 인수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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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16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미국계 펀드인 칼라일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은행 지분 36.6%와 스탠더드차터드은행(영국계)의 보유지분 9.76%를 합쳐 모두 46.36%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당사자들과 합의했다. 씨티은행은 이 같은 인수 사실을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정통 외국계 상업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지금까지 제일은행.외환은행 등 국내 은행을 인수한 외국계 자본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私募)펀드였다.

첨단 금융기법과 막대한 자본을 갖춘 씨티은행이 국내에 착실한 영업망을 가진 한미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국민.신한은행 등 국내 은행과 씨티-한미은행 간의 치열한 경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 인수를 위해 칼라일과 스탠더드차터드 외에 한미은행 지분을 가진 해외 기관투자가 20여개사를 상대로 지분 매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은행 지분의 인수가격은 주당 1만5천~1만6천원대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000년 한미은행 지분을 주당 6천8백원에 인수한 칼라일 컨소시엄은 3년여 만에 두배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는 칼라일과 스탠더드차터드의 지분 매입 대금 약 1조4천억원에다 나머지 지분 인수대금을 합쳐 모두 3조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16일 현재 한미은행 주가는 1만4천9백원을 기록했다.

이희성.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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