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어린시절>2.쌍방울 김기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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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야,뛰어.』 82년 늦가을 광주 충장중학교.5명의 까까머리중학생이 잽싸게 학교를 빠져나와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이들은 모두 야구부원,상급생의 기합이 무서워 뒷일은 생각도 하지 않은채 도망친 것이었다.
이가운데 통통한 몸집에 유난히 키가 작은 김기태(金杞泰.쌍방울)도 섞여 있었다.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여수.
이들은 곧바로 가게에서 구두솔과 구두약을 사고 버려진 비닐 장판조각을 구해 구두닦이로 나섰다.
장기간 머물 생각을 하니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김기태는 주로 터미널 근처를 돌아다니며 닦을 구두를 구해오는 이른바 「찍새」역할을 했다.
여관주인에게는 「불우이웃돕기모금」을 위한 학교대표로 구두를 닦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 잠자리 문제도 해결했다.
하지만 김기태의 구두닦이 생활은 도망나온지 3일째 되던날 여수 토박이 구두닦이에 걸리는 바람에 오래가지 못했다.『구역을 침범했다』는 죄명을 뒤집어 쓰고 몰매를 맞을 위기에까지 몰린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들의 사정얘기를 들은 토박이 구두닦이는 친절하게 차비까지 쥐어주며 광주행버스에 태워주기까지 했다.다시 걸리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경고와 함께.
이때 OB 강길룡(姜佶龍)과 쌍방울 노춘섭(盧春燮)도 김기태와 같이 도망에 나선 친구들이었다.또 해태 이호성(李昊星)과 정회열(鄭會烈)은 김기태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충장중학교 1년선배들이었다.
서림국민학교 5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김기태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다가 간신히 광주일고에 입학하면서부터 기량을 인정받아 결국 국내 최고의 왼손 슬러거로 성장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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