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이용한 지승공예 무형문화재 충남홍성 최영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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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승(紙繩)은 한지를 꼰 노끈을 뜻하고 이를 이용해 그릇.바구니.소반등을 만드는 것을 지승공예라 한다.
충남홍성군홍성읍에 사는 최영준(崔榮俊.43.여)씨.
충남도 무형문화재 2호인 崔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부분의 인간문화재같은 느낌은 찾아보기 힘든 평범한 40대 아주머니다. 그러나 전통기예로 일터를 가꾸며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보고자 하는 신세대형 분위기를 던져주는「여장부」다.
崔씨가 지승을 접한 것은 지난 74년 결혼하고 부터다.
강원도원주가 고향인 崔씨는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해 홍성에 정착해 시할아버지 김영복(金永福)옹을 모시면서 지승에 눈뜨게 됐다. 『원래 활달한 성격이어서 결혼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다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그러다가 시할아버지가 하시던 지승공예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손자며느리 崔씨에게 기능을 전수한 시할아버지 金옹은 어린시절 서산 부석사 주지 벽허(碧虛)스님으로부터 종이그릇 만드는 법을 배워 지승공예 인간문화재가 됐고 崔씨를 후계자로 키운 것이다.
崔씨는 지난 86년 金옹이 작고한 뒤 지승공예 인간문화재로 지정돼 시할아버지의 일터를 며느리가 계승했다.
지승공예는 먼저 한지(韓紙)를 폭1.5㎝,길이 30㎝정도로 잘라 노끈을 꼬는 것으로 시작된다.흰종이로 하면 색이 단조로워주로 고서를 사서 글씨부분과 종이부분이 잘 조화되도록 섞어 쓴다. 이렇게 만든 종이를 손가락에 물을 묻혀가며 비스듬히 말아꼰다. 이때 굴곡 없이 매끈하게 꼬는 것이 중요하다.
노끈이 준비되면 씨줄과 날줄을 기본으로 모양새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에다 작품에 따라 무늬나 형태에 다양한 변화를 주기도한다.그릇 형태가 갖춰지면 마지막에 풀을 바르고 카슈(래커의 일종)를 바르면 작품이 완성된다.
한올한올 촘촘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작품 하나 만드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그마한 연필통이나 화병은 대개 한달정도,큰 소반이나 향로등은 서너달은 족히 걸린다.
崔씨는 지승공예를 알리는데도 열심이다.
지승공예 확산을 위해 근처 서산.당진군등이 마련한 주부강좌를맡아 50여명의 주부를 모아놓고 1주일에 한번씩 강의도 하고 있다. 崔씨는『군에 간 아들이 손재주가 있는 것같고 본인도 지승공예를 하고 싶어해 대를 잇는 문제는 걱정 없을 것 같다』며『시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일터를 자식에게 이어줘 지승공예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洪城=金芳鉉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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