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엔진 구하라 … 달 따러 가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국이 2020년 달 탐사를 정말 할 수 있을까? 한 건 터뜨리고 보자고 해 본 소리 아닌가?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과학기술부가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소리다. 과학기술부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우주 전문가들로 '달 탐사 타당성 검토'에 재빨리 착수했다.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 접을 수밖에 없다. 달 탐사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우리나라는 달 탐사선 발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액체 로켓엔진 기술이 빈약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10~20년을 개발해도 신뢰성 높은 독자적인 대형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액체 로켓엔진 기술 거의 전무=올 들어 달 탐사 위성을 쏘아 올린 일본과 중국, 내년에 달 탐사선을 발사할 인도는 모두 자체 개발한 대형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H-2A, 중국 창정, 인도의 GSLV 로켓들은 위성을 지상 3만5800㎞ 높이의 정지궤도까지 올릴 수 있다. 일본과 중국도 그런 성능의 로켓으로 달 탐사선을 발사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검증된 위성 발사용 로켓이 전무하다. 개발 경험도 없는 상태다. 내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인 국산 소형 위성용 로켓(발사체)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대형 액체 로켓엔진과 국내에서 개발한 2단 고체 모터를 조립해 쏠 예정이다. 액체 로켓엔진 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화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은 "2017년 개발하게 될 저궤도용 소형 위성 발사체를 개량해 달 탐사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었다.

한 우주 전문가는 "그 로켓이 계획대로 개발될지도 미지수지만 달 탐사용으로 개량하는 것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그런 기술이 국내에는 아직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주항법과 통신 등의 주변 기술도 개발해야=달 탐사선을 보내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달 궤도 운행 시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우주항법도 필요하다. 통신의 경우도 전파가 지구에서 달까지 도달하는 데 1.35초가 걸리고 달에서 보내 오는 신호도 미약하기 그지 없다. 그런 여러 가지 특수 상황을 고려해 지상에는 지름 50~60m 위성 안테나도 설치해야 하는 등 새로운 통신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기술을 개발해 본 경험도 없다. 이 부분은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위성이 지구-달 궤도를 이동하기 위해서 고성능의 위성추진시스템도 필요하다.

미국과 러시아.일본.중국 등이 수십년 걸려 축적해 온 기술을 12년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따라 잡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외국과 역할 분담하면 5년 안에도 가능=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러시아나 중국 등 외국의 로켓에 국산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 로켓에 화성탐사선을 실어 보내기로 한 협력 모델을 차용해 보자는 것이다.

러시아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저궤도용 로켓을 개량해 우주 탐사선을 달이나 화성까지 보낼 수 있는 로켓 'DNERP' 구상도를 최근 발표했다. 이 로켓 시스템은 지상 300㎞의 저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린 뒤 거기서 다시 보조 로켓을 발사해 달로 향하게 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달 탐사 방식은 러시아가 처음 내놓은 것이다. 먼저 달 탐사선을 보낸 나라들은 모두 정지궤도용 대형 로켓을 사용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협력한다면 이 방법으로 달 탐사에 나설 수도 있다. 남의 나라 로켓으로 달 탐사선을 보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달 탐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위 선양과 선행 달 탐사라는 측면의 소기의 성과는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위성을 개발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달 탐사 위성은 5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장 교수는 예상했다.

◆정지궤도=적도 상공 약 3만5800km의 원궤도를 말한다. 이 궤도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도는 인공위성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마치 정지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방송위성, 기상위성 등이 정지궤도에 많이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