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해체 후 첫 결전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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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6일 서울 신당동 자택을 찾아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앞에서 입당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한나라당 입당원서 가리키며)이걸 해야 불법 선거운동이 안 됩니다."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원서에 서명한 뒤 웃으며)서명을 받았으면 확인을 해야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이제 저희가 한나라당 명예고문으로 모시겠습니다."

▶김 전 총재="좋아. 내가 돌아다닐 수 있게만 해줘." (※이명박 후보를 위한 전국 지원유세에 나서겠다는 뜻)

6일 오전 서울 신당동 김종필(JP.81) 전 자민련 총재 집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강재섭 대표가 방문했다.

JP가 전날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 직후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 후보로 정권교체를 위해 돕겠다"고 말한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후보는 충청권 표심을 흔들 수 있는 '이회창+심대평' 연합에 맞서 JP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JP가 이에 호응한 것이다.

JP는 80대임에도 불구하고 유세현장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JP는 이 자리에서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겨냥해 "이름도 부르기 싫은 그 사람은 (BBK 사건 의혹이 사라졌으니 이제)태도를 결정하고 들어가든지, 협력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P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혔고, 87년 이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정치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충청권 세력의 캐스팅보트 힘을 활용해 92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을, 97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밀어 권력에 참여했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대세 감각이 있어 그가 선택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곤 했다.

이회창 후보와는 악연이 있다. JP는 97년과 2002년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밀어 주려 했다. 그러나 97년엔 'JP와 손잡으라'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권유를 이회창 후보가 외면했고, 2002년엔 "JP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던 김용환 당시 당 선대위 의장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JP와 이회창 후보의 인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완구 지사의 충남도청 방문=한편 BBK 수사 발표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정몽준 의원은 7일 대전에서 열릴 당 대전.충남 선거대책회의에 이명박 후보와 함께 참석하면서 이 후보 지원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두 사람은 이완구 지사의 충남도청을 찾아 충청권 표심에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6일 있은 의원총회에도 참석해 "12일 남은 선거기간 최선을 다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진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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