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내년에 더 바짝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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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돈줄을 바짝 조이기로 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던 온건한 통화 정책에서 10년 만에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신규 대출이 억제되고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며 위안(元)화 절상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통화긴축 정책에 따라 성장률과 주가가 급락하는 경착륙으로 이어지면 ‘차이나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긴축 정책 방향은=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후진타오(胡錦濤·사진) 국가주석 주재로 사흘 동안 열린 내년도 경제정책회의(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당·정 지도부가 확정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 방지를 뜻하는 ‘량팡(兩防)’이다. 경기 과열 방지 정책은 2004년 이후 최근까지 계속돼 온 정책이다. 여기에 인플레 방지가 새로 추가됐다. 구조적인 물가 상승 움직임이 통화팽창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 펑싱윈(彭興韻) 박사는 “통화정책이 온건에서 긴축으로 바뀐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통화정책에 ‘긴축’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10년 만이다. 시중에 풀린 돈을 다양한 정책 채널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는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을 10월 말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내년 신규 대출 규모도 동결할 방침이다. 10월 말까지 중국 은행들의 신규 대출액은 3조5050억 위안(약 420조원)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 아홉 번 올린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도 내년에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긴축 정책의 핵심 조치인 금리인상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올해 여섯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3분기까지의 통화량(M2 기준)은 지난해보다 18.45%나 늘었다.

중국 정부가 전면적인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것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1.6%에 이를 것으로 중국 사회과학원이 예상했다. 94년(13.1%)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민생 물가도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8월과 10월에는 지난해 동기보다 소비자물가가 6.5%나 뛰었다. 물가 당국의 통제 목표선(연간 3%)을 훌쩍 넘은 수치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한국의 제1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긴축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하면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간재 수출이 둔화되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이익도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 상하이·홍콩의 중국 기업에 투자한 16조원 규모의 ‘차이나펀드(H주와 B주)’ 수익률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리딩투자증권 홍경모 중국주식팀장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03년부터 과열 조짐을 포착하고 연착륙을 유도해 온 데다, 경제 대처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경착륙 가능성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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