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첨단비즈니스>온라인 민주주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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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8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는 집권 민주당이 공화당에 참패하는 충격적 결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큰 특징은 미국의 정치인들이 인터네트를 비롯한 온라인 컴퓨터 매체를 유세 도구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인터네트 전자우편 주소를 가지지 못한 유권자들이 소외감을 느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정치가들과 유권자들의 교류가 미국 전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미국 언론들은 오는 96년 선거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온라인 민주주의」시대가 열리고있는 것이다.
인터네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유권자협회를 비롯한 비영리 단체들과 전화회사 퍼시픽벨등이 공동 제공한 이 서비스를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의 경력및 주요 연설문.인적사항등을파악할 수 있었고,온라인 토론에 참여할 수도 있 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도 이번 선거 기간중 인터네트를 통해 정보를제공했다.5천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여론조사결과를 5분에 한번씩 경신해 제공했으며,개표상황을 TV나 라디오보다 신속하게 유권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유세는 정보 전달의 신속성,유권자와 후보자의 즉각적 의견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쌍방향통신 기능,TV등 상업 매체를 통해 광고 캠페인을 벌일만한 자금력이 없는 정치가들도 충분히 자신의 정견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게 해주는 형평성등으로 정치가들과 유권자들 모두의 호응을 받았다.결국미국의 이번 선거는「정보고속도로」가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보여준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미국인들은 정보고속도로를 홈쇼핑이나 주문형 비디오와 같은오락매체로서보다는 공공서비스 매체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는 종래의여론조사 결과가 다시 입증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국회의원들이 온라인 매체를 정치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의원들뿐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각 부서들도 각종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주요 온라인 매체에 서비스를 개설했다.
국내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온라인 매체에 게재하는 정보라는 것이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한다.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는 대부분 이미 알려진 것들이기 때문에 가치도 적을뿐더러 그나마 제때에 경신하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45조원이나 들여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우리정부가 「정보고속도로」도 이런 식으로 운용한다면 정보고속도로라는 것도 성수대교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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