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老後설계와 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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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얼마전 실린,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결국은 동반자살을 선택한 노부부에 관한 기사가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눌러온다.뼈빠지게 일해 자식을 키워 놓으면 노후(老後)는 그 자식에게 의탁할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들은 안해도 그런 변화의 방향이 옳든 그르든,속도가 다소 빠르든 늦든 이미 피할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고있음을 느끼고 있다.냉정하게 말해 이젠 나이 들어서도 제몸 제가 추스리지 못하면 「짐」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에서,최소한의 노후보장책으로서 연금(年金)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해질 수밖에 없다.바로 그 연금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면 이는 결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그런데 요즘 각 연구기관이 내놓고 있는 각종 연금의 장래에 대 한 전망들은여간 심란한게 아니다.만든지 10년도 채 안돼 적자를 내 이제정부가 예산에서 70%이상을 보조해주어야 하는 군인연금은 말할나위도 없고 공무원연금,사립학교 교원연금등도 향후 10~2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게 한 국개발연구원(KDI)의 우울한 분석이다.더욱이 이제 설립된지 6년에 불과한 국민연금마저 벌써부터 대략 30년후의 적자발생,40년후의 기금고갈이 예상되는 지경이니 이들 연금이 최소한의 노후생계는 보장해주려니 믿었던 사람들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후설계는 다른 무엇보다도 확실하다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젊을때야 생계를 꾸려갈 여러 대안을 찾을 수나 있지만 노후에는 선택지가 극히 제한된다.본인부담이 더 늘어나고 은퇴후 받게될 몫이 다소 줄더라도 도대체 내가 얼마를 내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노후설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적게 내고 많이 받을 수 있다면야 좀 좋겠나.그러나 그 부담은 결국 다른 누군가가 질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사실,이러한 부담전가는 다음세대에서 부모.자식 간의 갈등을 사회전체의 갈등으로 확산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냉엄한 예측으로부터 눈을 돌리려해서는 안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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