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청 세무비리 司正만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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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천 북구청식 부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뿐이다.구청 하나를 샘플로 정해 현대적 행정시스템을 개발한 후 이를 전국의 모든 구청에서 사용토록 하는 일이다.
고급 시스템 분석가들은 현 구청 인력의 50% 미만으로 한푼의 세금도 도둑맞지 않고,민원행정을 수백배 개선하며 지금의 10%에 해당하는 행정량으로도 보다 훌륭한 정책자료를 생산할 수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이것이 개발되면 지 방세 뿐만 아니라 국세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지방세나 국세의 부정유출은 오직 상호견제라는 역학관계에 의해서만 방지될 수 있다.
결코「사정」을 통해서 방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시스템이 허술해서 공무원이 바라보는데마다 구멍이 뚫려 있으면 누구에게나견물생심이 발동한다.
리더십은 성선설을 기초로 발휘되지만 시스템은 반드시 성악설을기초로 작성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시스템이 견고해서 바라보는 데마다 구멍이 막혀 있으면 99%의 견물생심은 도중에서포기된다.감시감독은 나머지 1~2%의 지능범죄 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다.
고속도로를 모든 차량이 질주하면 경찰은 아무도 잡지 못한다.
그러나 95%이상의 차량은 질서를 지키고 소수의 차량만 위반 한다면 경찰은 이를 쉽게 잡는다.
마찬가지로 구청비리의 95% 이상은 상호견제 시스템에 의해 차단되고 극히 소수의 해커식 비리만 사정에 의해 적발되도록 행정의 틀을 짜야 한다.구청비리를 사정으로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사에서 부정이 적발됐다 해도 이미 낭비된 국가예산은찾을 길이 없다.따라서 국가자원을 사정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화살을 가지고 전투기를 쏘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無하자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정 하나하나에 하자가 발생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훈련했다.미국이 경찰관식 사후 검사에 집착했던 반면 일본은 근본적으로 하자가 발생할 수 없도록 했다.
상호견제 기능을 수행케 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가장 중요한 원칙은 직무의 독립이다.과세부서와 징세부서는 독립돼야 한다.수금부서.현금보관부서 그리고 회계부서도 각기 독립돼야 한다.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 부정은 얼마든지 조작된 다.A부서의장부와 B부서의 장부가 서로 견제돼야 한다.오늘 발생한 거래가내일 기재될 수 없도록 해야한다.
그날에 발생한 거래는 그날 작성하되 그 자료는 자동적으로 감사원이 통제하는 파일에 입력돼야 한다.이렇게 해서 오늘의 자료가 내일의 자료에 견제되는 것이다.
모든 문서와 서류는 소위「감사실마리」(Audit Trail)를 남기도록 작성돼야 한다.영수증은 일련번호로 통제돼야 한다.
영수증 일련번호 12번은 있는데 13번이 없으면 왜 없어졌는지규명돼야 한다.
그래서 잘못 쓰여진 영수증도 찢어버리면 안된다.거기에는「무효」라고 쓰고 서명해 두어야 한다.전산기에는 통계모델이 들어 있어야 한다.통상적인 추세에 어긋나는 자료가 입력되면 이는 즉시조사 대상이 된다.과세를 결정하는 일은 한사람의 공무원이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소위「야합할 수 없는 다수」에 의하거나 몇개의 독립된 기구에 의해 중복적으로 증명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은행에서는 커다란 거래나 중요한 일은 15명 내외로 구성된「감시위원회」에 회부한다.은행장도 이들 가운데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이렇게 선출된 은행장은 누구의 영향력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설사 그가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려 해도 이를「야합할 수 없는 15명」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과세업무에 아르바이트 대학생 단체를 활용하는 것이 지금보다 수백배 더 안전하다. 인천북구청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샘플 구청에 대한 현대적 행정시스템 설계」라는 과제를 고급 시스템 분석가에게 위탁해야 한다.
2명정도의 고급 인력과 10명정도의 시스템 대학원생이 투입되면 단 6개월만에 만들 수 있는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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