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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연령별 새등급제 실효성 의문-국내현실 외면 美모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영상물의 새 심의등급제에 대한 시행상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안(案)이 나온 새 심의등급제의 내용은 연령별로 다섯등급으로 나누고 보호자동반 등급으로 보완한다는 것이 골자다.
새로운 등급제는 최근 들어 저질 폭력영상물의 범람이 범죄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청소년을 이같은 영상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증하는 가운데 나오게 된 것이다.
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金東虎)가 현재 구상중인 등급은 기존의미성년자 관람불가.고교생입장가.중학생입장가.연소자 관람가 등 각급학교 학년에 따른 획일적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돼 있다. 청소년의 정신연령이 변함에 따라 등급도 학년별에서 연령별로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12살 이하로 돼 있는 연소자 관람가도 구체적으로 나눠 12.7세등으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보호자를 동반하는데 따라 별도의 등급을 매겨 연령별등급이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적 기능을 도입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의 심의등급제(American Rating)에서 따온 것인데,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부모를 비롯한 오피니언리더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미국식 등급심의제의 주안점이있다. 그러나 아무리 등급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그것이 준수되지않는다면 소용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선 영화상영관과 비디오대여.판매점에서 등급별 입장과 대여 판매가 거의 준수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일선 영화관과 비디오숍에서의 제도준수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다수 영화관과 비디오숍에서는 거의 제한없이 청소년들의입장을 허용하고 판매.대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전화 한 통화면 어떤 내용의 비디오테이프도 빌려볼 수 있다.
등급심의 레벨은 유명무실하며 그것을 어겼다고 해도 경고와 함께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아직까지 일선 비디오숍에서 대여등급을 어겨 영업정지를 당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등급심의가 있으나 마나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영화관 입구에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비디오대여 판매점에서 청소년들에게 등급에 어긋난판매나 대여를 했을 경우는 수개월간의 영업정지와 폐업을 감수해야 하는 강력한 처벌규정이 있다.
엄하고 효율적인 제도로 인정받는 미국식 등급심의제도는 바로 이같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폭력 영상물및 등급심의 제도」심포지엄에서는공륜에 등급제도가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독.처벌할 수 있는 수사권을 주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공륜에 「사후확인」이란 규정이 있어 심의대로 대여나 상영되지 않는데 대해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 가지고는 제도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못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체육부는 영상물의 유통규제법 제정을 추진하고 여기에 등급제도가 준수될 수 있는 여러방안을 연구중이다.
또한 새 심의등급제도가 부모 등 오피니언리더들의 참여를 적극유도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등과 협의,청소년은 물론 부모들에 대한 지속적인 영상물시청교육을 펴나갈 계획이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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