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불신무엇이문제인가>2.심판로비는 총체적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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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민학교 선수들도 심판아저씨가 잘봐주면 실력이 뒤지더라도 이길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한 실업팀 감독은 이같은 현실이『우리를 슬프게 한다』며 절망감을 토로한다.
『이제는 참된 승부를 위해 고민해 보고 싶다』는 것이 이번 설문에 응했던 팀관계자와 전임심판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이들은 심판로비가 농구계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승리를 위해서는 심판로비가 필수불가결한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설문에 응답한 팀 관계자들은 『「베팅」(금전로비)을 하지않아이길수있는 경기를 진다면 바보』라고 대답했다.『한번 억울한 패배를 당하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구단측으로부터도 엄청난 질책이 따르기 때문에 다음에는 반드시 베팅을 하게 된다 』는 관계자도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구단측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이겨라.돈은 얼마든지 대겠다』며 감독. 코치 등 일선 지도자들에게 심판로비를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베팅은 모두 구단의 묵인과 지원아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라이벌전이나 플레이오프등 빅게임의 경우는 『상대가 고액베팅을 할게 뻔하기 때문에 「공정하게만 판정해주면 경기후 그이상의 사례를 하겠다」고 심판들에게 제시하기도 한다』고 밝힌 관계자도 있다.
실업팀들은 보통때에도 『심판들에게 찍히면(?)재미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경기후 사례를 잊지 않고 있으며 『평소 심판관리를잘못해 손해를 보는 감독은 자격미달자』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심판들에게도 있다.
본인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업팀 감독들은 『심판이 미리 손을 벌리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는가』고 반문할 정도다.시즌을 앞두고 실업팀들을 찾아 노골적인 압력을 넣는 심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판들도 할말은 많다.
한 심판은 로비를 거절하자 팀으로부터 『보복하겠다』는 협박을받았다고 고백했다.즉 금품을 받고 유리한 판정을 내려주거나 아니면 신변의 위협을 감수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는 얘기다.
본지 설문을 통해 드러난 심판로비의 실상은 그동안 농구계에서「의식개혁」과 「정당한 승부」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모두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대대적인 수술로 근본부터 치료하지않는다면 한국농구의 고질적 병폐인 판정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메시지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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