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이명박 후보에 검찰 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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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가 라디오 선거방송 녹음을 위해 서울 여의도 MBC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5일 검찰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정 후보는 이날 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검찰규탄 촛불 집회에 참석해 "검찰 발표는 상식을 탄핵했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굴복했다"며 "(김경준씨에게) 이 후보 이름을 빼 주면 징역 10년을 3년으로 낮춰 준다고 한 검찰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특정 후보를 도와 주기 위해 검찰이 은폐한 진실을 특검이 파헤쳐 진상을 낱낱이 국민 앞에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 집회엔 지지자.당원 2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수사무효' '진실승리'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정치검찰 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 후보는 이에 앞서 MBC라디오 연설에서도 검찰의 BBK사건 수사 발표에 대해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때 경찰이 '탁 치니까, 억 하고 죽더라'고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며 "지금 이명박 후보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 검은 미소를 짓겠지만 국민은 진실을 향해 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처럼 정 후보 측은 검찰 발표를 일축하고 BBK사건을 끝까지 쟁점화하겠다는 태세다. TV로 검찰 발표를 지켜보던 한 측근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발표하는 사람이 검사인지, 한나라당 당직자인지 헷갈리는 수준"이라며 "검찰은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친 것에 대해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은 검찰 발표가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BBK사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온 정봉주 의원은 "검찰은 심지어 이명박 후보가 사용한 BBK의 명함.홍보 책자나, BBK를 자신이 세운 회사처럼 얘기했던 언론 인터뷰는 어떻게 된 것인지조차 밝히지도 않고 수사를 끝내 버렸다"며 "이 후보의 혐의를 벗겨 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너무나 역력하다"고 주장했다. 오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효석 원내대표는 "정치 검찰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라는 힘 앞에서 무너졌다"며 "민노당.민주당 등과 힘을 합쳐 BBK 특검 법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 반응=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측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단 한 글자도 인정할 수 없다"며 "온 국민과 함께 범국민 저항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경호실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민노당도 BBK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검찰은 정치 검찰의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김경준씨의 모든 수사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정하.김경진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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