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 타작 遠島 갯바위낚시 러시-추자도 사수도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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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13일 오전 6시.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완도항.전국에서 몰려든 낚시인들로 새벽장에 들어선 것처럼 부산하다.월동처를찾아 남하하는 감성돔을 쫓는 태공들의 기대가 새롭게 부푸는 곳이다. 『바다사내들의 감성이 살아 숨쉬는 곳이 원도(遠島)갯바위 아닙니까.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키를 넘는 파도에 몸을 적시며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집니다.』 교통 체증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긴 팀들은 흔들리는 선실에서 도시락으로 아침 허기를 때우면서도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다.
완도에서 뱃길로 1시간40분.제주도 북제주군추자면사수도는 무인고도다.감성돔의 최종 집결지로 추자본도.완도 여서도 등과 때를 같이해 감성돔을 「타작」할 수 있는 곳으로 꼽혀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삐죽하게 솟은 등대를 중심으로 빙둘러 빽빽하게 내려앉은 짓푸른 동백이 인상적이다.낚시 대절선은 섬 주위를 돌며 3~4명씩 조별로20명의 원정 낚시팀을 내려놓고 되돌아갔다.들물 시간대를 놓친꾼들은 서둘러 채비를 드리웠다.1 0여m 낭떠러지 아래 쭉 삐어져나온 갯바위에 우뚝 서서 포말을 그리며 부서지는 파도 속에서 잔뜩 신경들을 모은다.
쑥 빨려들어가는 찌에 온몸을 긴장시키며 화려한 감성돔의 자태를 갈구한다.예민한 몸놀림과 강한 반발력,들어올려졌을 때의 당당함으로 갯바위꾼들을 사로잡는 것이 감성돔.
남편을 따라 험한 갯바위의 야성에 도전한 여성조사들도 자못 진지한 표정이다.서울구로구독산동 이정숙(李貞淑.31)씨등은 6~7m 발아래 수천마리는 될 것으로 보이는 숭어떼가 띠를 이루며 물위로 뛰어오르자 발을 구르며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날 따라 쥐치등 잡어들의 성화가 심했다.호흡을 가다듬고 릴을 감았다 놓았다 하며 챔질을 해보지만 20㎝가 넘는 희멀건 쥐치만 걸려든다.
사수도는 동백 밀림 때문에 포인트 이동이 쉽지 않다.대부분 쥐치나 새끼돌돔.혹돔.숭어 등으로 손맛을 달래야 했다.
『해안선이 단조로운 사수도에서 조류의 흐름이 적은 조금 물때에 성과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릅니다.그물을 쳐놓고밤새 고기를 몰아 넣기 위해 북을 두드려댄 어민들을 탓할 수만도 없지요.』 선발대로 하루전에 들어와 야영을 한 남부낚시회 마종승(馬鍾勝.47)회장의 말이다.
『매일 잡아간다면 고기들이 남아나겠어요.복잡한 서울생활에서 벗어나 때묻지 않은 자연과 호흡하며 패기만만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맛에 만만치 않은 경비(회비 10만원)를 감수하며 나서곤 하지요.』 남부낚시회 서연종(徐淵鍾.57.경기도과천시별양동)씨는『열번 출조에 세번 잡았다면 행운으로 봐야한다』며 『패잔병 같은 안타까움속에서도 다음 출조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千昌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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