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댈리, 9년 만에 PGA 우승 "과거는 묻지마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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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8년6개월22일 만이었다. 존 댈리(38.미국)가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것은. 1백89차례의 실패 끝에 거둔 성공이기도 했다.

키 1m80㎝에 몸무게가 1백㎏이 넘는 거구의 이 사나이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굵은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는 우승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동안 많은 굴곡을 겪었기에 이 순간이 더욱 달콤하다."

댈리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6천9백22m)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합계 10언더파 2백78타로 크리스 라일리.루크 도널드(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룬 댈리는 연장 첫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댈리가 우승한 것은 1995년 브리티시 오픈 이후 처음이다. 통산 5승째를 거둔 댈리는 이날 우승상금 86만4천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

연장 첫번째 경기가 벌어진 18번홀(파5.5백20m). 드라이버를 잡고 티샷을 2백80m 가량 날려보낸 댈리는 망설이지 않고 3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회심의 두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졌다.

도널드와 라일리는 각각 안전하게 세번째 샷만에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도널드는 컵 1.8m, 라일리는 1.5m 거리에서 버디 기회를 맞았다.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은 오히려 댈리였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샌드웨지로 공을 떠냈다. 그린 위를 구르던 공은 컵 20㎝ 옆에 멈춰섰다. 신기의 샷이었다. 버디를 잡아낸 댈리는 입장이 바뀐 상태에서 나머지 두 사람의 경기를 지켜봤다. 도널드의 버디 퍼트.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 나갔다. 이번엔 라일리의 버디 퍼트. 마치 자동차가 U턴을 하듯 컵을 빙글 핥고 나왔다. 댈리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PGA 최장타자로서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로 팬들의 인기를 모았던 댈리는 95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알코올 중독과 이혼.기행까지 겹쳤다. 경기가 안 풀리면 클럽을 내던지기가 다반사였고, 경기 중간에 집에 가버리기도 했다.

네번째 아내마저 마약 거래와 도박 혐의로 출산한 지 닷새 만에 기소되는 등 가정사도 순탄치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골프장 입구에 트레일러를 세워놓고 장신구를 팔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랭킹은 2백99위.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교한 샷과 침착함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댈리의 시대'를 열었다.

*** 최경주 공동 25위, 우즈는 10위

지난해 챔피언 타이거 우즈(미국)는 합계 8언더파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최경주(34.슈페리어)는 공동 25위, 나상욱(20.엘로드)은 공동 72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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