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쇼핑시대’ 날개 단 국제 택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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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이택천(23)씨는 지난달 미국의 한 유통업체에서 폴로 티셔츠를 샀다. 미 쇼핑 사이트 이베이를 통해서다. 올여름에 국내에서 11만원대까지 팔린 제품이지만 관세가 붙지 않은 데다 할인까지 받아 30달러(약 2만8000원)에 살 수 있었다. 주문 뒤 배송까지 열흘쯤 걸렸다. 그는 “1만원 남짓한 배송비를 감안해도 해외에서 물건을 사는 게 싼 편이라 종종 이렇게 물건을 산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네티즌 덕분에 국제특송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항공편으로 반입된 국제특송 물량은 모두 548만여 건. 연말까지는 600만 건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2004년 286만여 건이던 것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져버린 것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업체가 해외에서 파는 제품을 대신 사 국내로 부쳐주는 구매대행업이 국제특송 시장의 효자 노릇을 한다. 2001년 위즈위드가 해외 구매대행을 처음 소개한 뒤 올 상반기까지 해외 구매대행 업체는 관세청에 등록된 곳만 430여 곳으로 늘었다. 올 들어 GS홈쇼핑·롯데닷컴 같은 대기업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위즈위드의 김양필 마케팅팀장은 “더 싸고 다양한 제품을 찾아 소비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구매대행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국제특송이 돈벌이가 되자 특송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국내 메이저 택배업체들은 1~2년 새 인천공항에 자체 통관장을 설치하고, 해외 택배대리점을 늘리는 등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한진·대한통운·현대택배가 지난해, CJ GLS·동부익스프레스가 올해 통관장을 설치한 것. 특히 반입 특송물량의 50% 정도를 점하는 외국계 특송사와 겨루기 위해 운송비를 절반 수준으로 내리거나(CJ GLS), 미국 화물을 이틀 만에 배송해 주겠다고 나선 업체(한진)도 있다. 한진의 김종원 인천공항지점장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국제특송 물량은 2009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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