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도시계획 민원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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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고시만 해놓고 10여년 이상씩 예산부족등의 이유로 이를 집행하지 않아 전국적으로 토지소유자들의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도시계획에 묶여 재산권이 행사되지 못한 땅은 돈으로 모두 2백31조원으로 이는 정부가 이만큼의 국민재산을 동결시켜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金光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여만명의 토지소유자들 땅이 도시계획지구로 지정돼 건축물의 신.증축은 물론 팔리지도 않아 계획이 집행될 때만 기다리며 꼼짝없이소유권 행사를 제한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태=건설부가 고충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전국적으로 도시계획지구로 결정된 토지의 52%인 7만1천2백29건,1천3백4평방㎞가 집행에 착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으며이중 10년 이상 미집행지역은 3만9천7백27 건,7백60평방㎞이며 20년 이상 미집행지역은 6천9백64건,2백64평방㎞이다. 미집행 시설별로는 6백27평방㎞가 미집행 상태인 녹지가 전체 미집행 시설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은 3백54평방㎞의 도로,80평방㎞의 유원지 순이다.
지역별로는 전남지역이 전체 미집행지역의 76%인 1백27평방㎞로 가장 많은데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조성된 대불(大佛)공단주변 전체가 묶여 있다.
◇민원쇄도=고충위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고충위에 접수된 총 2천8백여건의 민원중 도시계획 미집행이 1백50여건으로 가장 많다.
민원인들은 도시계획의 조기집행이나 계획자체를 해제 또는 취소하거나 해당관청에 의한 토지매입 또는 채권보상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건축물의 증.개축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3년 부산시에 의해 도로지구로 결정 고시된 부산시 중구 부평동에 토지와 건물을 갖고 있는 문두채(文斗采.서울서초구잠원동)씨는 『부산시가 40년동안 계획만 세워놓은 채 집행을 미뤄 재산권에 대한 막대한 손해는 물론 건물 개. 보수도 제대로 못해 노후된 건축물이 붕괴직전에 이르는등 엄청난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진정했다.
또 서울시에 의해 15년전 근린공원시설용지로 지정된 서울중랑구신내동에 밭3백16평을 갖고 있는 金민자(서울강남구청담동)씨는『건강상의 이유로 오래전부터 이땅을 처분할 생각이었으나 도시계획 때문에 처분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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