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在美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서울에서 연주할 때는 고향에 온 듯 편안하지만 부담감 때문에 떨리기도 해요.』 지난 11일 박탕 조르다니아 지휘의 서울시향과 차이코프스키를 협연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기립 박수를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高(17)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듯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서울시향과의 협연무대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자만을 모아 엮은 무대로 지난 10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브람스 페스티벌에 이어 두번째 내한 공연인 셈.
제니퍼 고의 고모는 피아니스트 고중원(高重媛.단국대 음대 교수)씨.어머니는 美로잘大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있다.
시카고 근교 오벨린大 음대에서 알미아와 롤란드 바모스 부부를사사하고 있는 제니퍼 고는 지난 6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금상없는 은상을 공동 수상해 미도리.장영주에 이어 바이올린계의「무서운 아이」로 등장했다.
『콩쿠르 결선 연주때 발목이 덮이는 긴 치마를 입고 무대에 올라가다가 치마를 밟아 넘어질 뻔 했어요.연주에 신경 쓰다보니치마 뒷부분이 찢어진 줄도 몰랐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연주실황이 NHK를 비롯한 전세계 TV를 통해 방영된 후 세계 각지에서 연주회 교섭이 쇄도했고,RCA.파이어니어.나이세스 레이블에서도 CD출반을 교섭중이다.
제니퍼 고는 92년 라비니아 음악제에서 열린 「떠오르는 새별」 연주회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후 91년 메뉴인 바이올린 콩쿠르 동상,93년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금상,닐센 바이올린 콩쿠르 은상을 비롯해 많은 콩쿠르 입상경력을 자랑하는 「콩쿠르 킬러」.메뉴인도 『내가 본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하나』라고 격찬했다.그녀는 존경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야샤 하이페츠와 정경화를 꼽는다.
***주니어올림픽 다이빙선수 경력 『솔직히 말하자면 음악보다수영이 더 좋아요.연주가 있는 날에도 수영을 빼먹지 않거든요.
음악만 하는 것은 별로 재미없어요.』 국민학교때 다이빙 선수로주니어 올림픽에도 참가할 정도로 수영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고 그림에도 뛰어난 소질을 보이고 있다.이번 서울.부산 공연에도 학교에 팩스로 과제를 보내는 등 공부에도 억척인 그녀는 현재 오벨린大 음악과 소속이 면서도 영문학을 함께 전공하는 문학도.
그녀의 깊은 바이올린 소리를 내년 9월 서울국제음악제에서 다시 듣게 되길 기대해 본다.
글:李長職기자 사진:朴淳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