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정치청소 江건너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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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美國)의 중간선거 결과는 우리들에게도 가벼운 흥분을 일으켰다.클린턴대통령은 선거결과를「혁명적」이라고 했다.S 브로더란 워싱턴 포스트紙의 칼럼니스트는 미국의 유권자들이「의회를 청소했다」는 표현을 썼다.이 「청소」라는 표현이 우 리들의 가슴에도 꼭 와닿는다.여야 구별없이 우리 정치권에도 정말「청소」해버리고 싶은 요소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러면 다가오는 우리 선거에선 우리들의 이런「청소」욕구가 얼마나 표출될 수 있을 것인가.현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때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96년 총선거에선 상식을 깨는 결과들이 전국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우리 유권자들도 이미 알게 모르게 그런「혁명」과「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미국 중간선거를 놓고 여러가지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종합해보면 크게 세가지 줄기다.하나는 기존정치질서에 대한 누적된 혐오감의 발로라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클린턴의 「개혁과 변화」가 미국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났다는 것이다.마 지막으로 어설픈 복지정책이나 정부역할에 회의를 느껴 보수주의로 되돌아 섰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의 경우에 대입(代入)해본다면 여야 기성정치권에 대한 염증이야 우리 유권자들이 미국 유권자들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다.또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변화와 개혁에 목말라하는 정도도 미국 유권자들보다 강하면 강 하지 결코 낮지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은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제2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64%나 나왔다. 세번째 요인의 내용만은 미국과 우리가 다르다.우리의 복지시책이야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도 안한 단계니 회의고 뭐고 할 계제가 아니고 정부역할의 축소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은 행정규제의 축소와 정부역할 증대라는 두가지 요구를 함께 하고 있는 쪽이다.다만 정부시책에 여전히 불만인 점만은 공통적이다.
이런 미국과의 단순비교로만 보아도「혁명」과 「청소」의 기본요건은 우리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단지 이런 유사점만으로뜻밖의「혁명」과「청소」가 예견되는 건 아니다.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그것은 여야를 포함한 우리 정치권이 민 심의 동향이나욕구를 너무도 못읽고 있다는 점이다.
中央日報는 지난 7월부터 큰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9월부터는 매주 한번하고 있다.그 결과들은 기성정치권의 감각과 고정관념과는 거의 매번 동떨어진 것이었다.
예를 들어 최근의「남북경협(經協)」에 대해선「찬성」이 56.
5%고「반대」는 11.8%에 불과했다.핵문제가 해결안되면 경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주장이었고 대부분의 언론역시 그런 기조였는데도 결과는 그랬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감상적으로 문제를 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같은 조사에서 경협을 해도 북핵(北核)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46.5%,북한(北韓)이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50.2%나 될 정도의 냉정한 판단위에서의「경 협찬성」이었다. 「지존파」문제에 대한 시각 또한 정치권의 시각과는 크게 달랐다.「지존파」의 원인을 많은 식자(識者)들은 주로「개인윤리의식」상의 문제로 본 반면 조사결과에선 압도적 다수가「결손가정」「문질만능풍조」등 환경적 요인을 지적했다.우리 국민 의 의식은 전체적으론 보수적 인식에 기초해 있되 문제해결방식에 있어선현실적.진취적이며 문제의 본질을 심도있게 꿰뚫어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화갈망 民心 읽어야 이런 국민의식과의 간격을 정치권은인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우리 정당들의 붕당적(朋黨的)구조,새로 도입된 선거관계법,유권자의 60%를 넘는 60년대이후 세대,개성적인 X세대의 등장등은 오랜 기성정치 불신감과맞물려 숱한 「의외성」을 연출해낼 것이다.야당이라고 예외일 리가 없다.
프로에 대한 아마추어의 도전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인지도 모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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