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지금은 때아닌데.."-12.12에 침묵하는 속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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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2.12관련자 기소문제는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에게도「강건너 불」이 아니다.金이사장은 자신이 12.12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한다.12.12→5.17→5.18로 이어지는 권력찬탈의 역사에서 할 말이 많다는 인식이다.따라서 金이사장도 12.12정국에 대해 숙고(熟考)했다.그는 오는 12월1일의「亞太 민주지도자 대회」준비차 심야회의까지 벌이는 바쁜 와중에서도 몇몇 측근과 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金이사장이 민주당의 12.12공세와는 대조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金이사장은 침묵만 지키는것이 아니다.아예 이기택(李基澤)대표의 면담제의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그는 지난 주말 李대표가만나자고 한데 대해『지금은 때가 좋지않다』고 답했다.
물론 金이사장측은『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일 뿐』이라고 설명한다.그러나 밖에서는 이런 상황이 민주당의 양대 지주인 동교동과 북아현동간 갈등설이나 불화설의 원인이 되고있다.李대표가 단독으로 12.12 총공세에 나선 배경을 金이사장이 석 연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동교동출신 의원들은 李대표가 12.12를 주공세 목표로 삼은배경에 의심을 품고 있다.金이사장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했던 한화갑(韓和甲.신안)의원은『왜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12.12에 총력을 기울이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다른 의원.관계자들도『성수대교 붕괴,추곡 수매가같은 최근 현안을 공략해야 하는데…』라며 종목(種目)선정에 의문을 나타냈다.이같이 입장차이를 중도(中道)의 한 최고위원은『궁극적으로 金이사장과 李대표의 목표는 다르지 않느냐』는 점으로 해석했 다.
金이사장과 李대표의 주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이다.이를테면 李대표는 당장 당내 비주류와 金이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해 대권에 도전할 내부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이에 필요한 고리가 12.12공세라는 것이다.그래서 李대표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에게 제1야당 대표의「본때」를 보여줌으로써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궁극적으로는 양김(兩金)체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계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金이사장은 당내문제보다는 구여권과 지역문제를 포함해 전체 국면에서 12.12를 보고자 한다는 것이다.구체적인 예로 金이사장은 중국방문 전인 28일 박철언(朴哲彦)前의원 내외를 면담하는등 구여권 인사와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양 진영이 이처럼 미묘한 입장차이를 어떻게 정리해 연말과 지자체선거에 대처할지가 관심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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