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드라마 현실성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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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SBS『공룡선생』,KBS『사랑이 꽃피는 교실』등 현재 방영되고 있는 청소년 드라마가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해 늘어난 프로그램 편수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이미 호평속에 방영돼온 MBC『사춘기』와는 달리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는 SBS『공룡선생』과 KBS『사랑이 꽃피는 교실』은 주로 현실성이 없는 소재는 물론출연자의 의상 및 언행이 우리 고교생들의 실제 생활과 거리가 멀어 청소년들로부터『외국고교 얘기가 아니냐』는 불평을 사고 있다. 이미 55회까지 방영된 SBS 『공룡선생』의 경우 지나치게 희화화된 교사,대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가정,튀는 학생들만 모인 교실을 소재로 삼고 있어「교육현장드라마」라는 타이틀을무색케 하고 있다.이 드라마엔 가죽점퍼와 가죽조끼등 실제 고등학생들로서는 부담스럽기만 한 의상이 보통 수준이고 값비싼 오토바이를 거칠게 모는 모습이 청소년 모습의 전부인 양 비춰지고 있다.지난달 28일 방영된『키작은 하늘』편에서 한 학생이 친구들에게『너흰 왜 단체로 삽질이야』라는 등 고교생에게 어울리지 않는 거친 대사도 종종 눈에 띈다.또 건설회사 사장인 아버지가빚을 지게 되자 같은 반 친구들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다는 내용등 다소 보편적이지 않은 소재에 치중하고 있다.
KBS 『사랑이 꽃피는 교실』 역시 고교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있는 처지다.지난달 첫회분 방영에서 가출한 학생이 영웅처럼 그려지고 제4회 『지금은 1막1장』편에는 고등학생이 「껀수」잡는다고 주말 백화점을 서성이는 얘기를 소재로 한 데 대해 한 고교생은 PC통신을 통해 『우리 모습과는 동떨어진 드라마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며 『현실성 있는 우리 얘기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일선 고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청소년드라마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제작 진이 지나치게 「튀는」 소재에 집착하고 있는 데서 벗어나 고교생들의 진솔한 생활과 의식수준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청소년의 감성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은 물론 섬세한 연출력,청소년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따라 방송사간 청소년드라마의 성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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