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여행기>韓基旭 주한케냐공화국 명예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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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케냐공화국은 「동물의 왕국」 「꽃의 나라」다.어떠한 나무든 케냐에 옮겨 심으면 보통 것의 서너배는 빨리 자라고 싱싱해 지는 것이 특징이다.우리나라 무궁화 역시 그곳에 심으면 쉽게 크고 고추도 매워지고 자목련은 싱싱하게 자란다.
국내에서 산소를 잘 뿜는다고 해 아파트단지에서 키우는 벤저민도 이곳에서는 「파이커스」라 해 포플러처럼 빨리 자라는 속성수로 흔하다.그런가 하면 알로에는 어디를 가나 눈에 띌 정도다.
케냐는 적도상의 나라면서 남반구에 속한다.따라서 겨울이 오면북유럽사람들은 일조량이 많은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말란디」등으로 피한(避寒)여행을 온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마사이족」의 말로 「물이 좋은 곳」이란 뜻이다.영국이 한때 몸바사항(港)으로부터 빅토리아호까지 철도를 부설할 때 중간 보급형 저장소로 이용됐던 곳으로 1905년 수도로 정해졌다.인구 1백20만명으로 항공. 도로.철도.
통신등 사회간접자본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다.
케냐는 동물의 왕국이다.동물은 살기 좋은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따라서 동물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가서 살면 그곳이 바로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다.동물은 국경도 없고 비자도 필요없다.케냐와 탄자니아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초원을 따라 무려 2백만마리가 넘는 들소가 풀을 뜯으며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사자나 표범등 육식동물이 잡아먹어 봐야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케냐에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엄연한 자연의 법칙이 살아숨쉬는 많은 국립공원이 있지만 그중 내게는 마사이마라 수렵보호구역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나이로비에서 2백65㎞ 떨어진 빅토리아호와 그레이트 리프트밸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야생동물의 수가 많기로 케냐에서 으뜸인곳으로 특히 이곳에는 검은 갈기의 사자들이 많은데 활동이 가장활발한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에는 먹이 사냥감 을 덮치는 박력있는 장면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매년 9월께면 마사이마라 수렵보호구역에서는 이웃한 탄자니아로물을 찾아 이동하는 동물들의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보호구역내호텔에서는 열기구를 상공에 띄워 동물들의 대이동을 관찰할 수 있게 상품을 만들어 모객한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이륙한 열기구에서 내려다보면 마치들쥐떼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그러나 그곳에도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열기구가 이동하는 무리의 한복판에 내리고 진귀한 사진등을 찍은 다음 샴페인을 터뜨리며 아침식사를 즐기는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된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나중 일이고 그 순간에는 그저 멍할 따름이다.자연의 한부분으로 완전히 동화된 자신이 살아있음에감사하게 되며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심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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