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배교수의행복찾는수학] 인생에도 ‘나비효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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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적중률이 높아진 것은 수치모델로 과학화된 기상 예측모델, 하늘 위에서 기상 흐름을 내려다보는 인공위성, 엄청난 관측 자료들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수퍼컴퓨터의 뛰어난 역할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날씨의 변화무쌍함에 인간의 기상 예측은 때때로 애를 먹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나비의 사소한 날갯짓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발표했다. 기상모델에 수치를 잘못 입력하였는데 오차가 매우 작았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는 훗날 혼돈이란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나비효과를 수학에서 찾아보자. 세계와 세계를 잇는 함수가 연속성이 유지되는 곳에서는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불연속점 부근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수학적 모델로, 양수를 무한 번 거듭 제곱할 때를 생각하자. 오로지 1 부근에서만 나비효과가 나타날 뿐, 다른 수 부근에서는 나비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1 부근에서 간발의 차이인 0.999, 1, 1.001의 결과가 각각 0, 1과 무한대로 갈리고 있다. 수학의 창으로 보면, 나비효과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며 특별한 경우에서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서도 나비효과 지역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해당 없지만, 날짜 변경선 부근에서는 조금의 지역 차이가 날짜를 다르게 한다. 또 국내의 어느 능선에서는 빗물이 떨어지는 지점의 미세한 차이 때문에 동해와 서해로, 캐나다에서는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달리 흐르게 한다.

 인생에서도 나비효과가 있다. 성인들은 자기 인생에서 큰 변수였던 사건이나 요인들의 출발점을 알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대입 재수를 하던 1972년 3월 31일 저녁에 외사촌 누님의 한마디가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터닝 포인트를 제공한 누님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고 하신다. 사소한 한마디도 누군가에게는 나비효과를 낳게 한다.

 특히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학창시절은 조금의 차이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시기다. 예로, 수능시험에서 잘 몰라 찍었던 문제의 맞고 틀림에 따라 등급이 바뀔 수 있고, 그 때문에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요즘 많이 본다. 또 고생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초심과 적성을 무시해서 훗날 크게 후회하게 하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수학에서 알 수 있듯이 인생에서도 대개는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어 나비효과는 평생 동안 몇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험생들은 지금 나비효과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선 삶의 결정적인 시기임을 깨닫고, 정신을 바짝 차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냥은 혼돈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지만 수학적 모델로 통찰해 보자. 그러면 수험생들도 현 시기의 중요성과 함께 바른 대응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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