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컴퓨터해커-국내외주요 침해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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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만약 해커들이 컴퓨터망에 존재하는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정보기술 설계분야에서 오늘날과 같은 발전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역설적인 말이 나돌 정도로 컴퓨터해킹은 꾸준히 계속돼 왔다. 지난 85년 돈과 마약을 주겠다는 소련 KGB요원의 제안에 솔깃해진 서독청년 3명이 서방세계 주요기관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침입,암호를 풀고 극비문서를 빼낸 사실이 4년이 지나서야 발견돼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89년 3월 컴퓨터의 시간당 사용료 회계상에 오차가 난 것을 발견,침입자가 불법으로 시스템을 이용했음을 알아차린 美하버드大 연구소 시스템관리자의 끈질긴 추적끝에 밝혀졌다.
당시 서독의 해커들이 침투한 주요기관은 美국방부.美항공우주국(NASA)및 핵연구센터.유럽우주기구(ESA),서독의 막스플랑크 핵연구소등이었다.그뿐 아니라 프랑스 굴지의 기업 톰슨社의 컴퓨터망과 일본.이탈리아등 주요 서방의 국가기관및 기업들이 망라돼 있었다.
88년 11월에는 웜(Worm)이라고 불리는 자기복제 프로그램이 인터네트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돼 끊임없이 의미없는 정보를다량으로 주고받으며 시스템을 점유,일시에 7천여대에 이르는 컴퓨터의 기능을 마비시킨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컴퓨터 대중화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컴퓨터해킹의 유형과 사례가 외국만큼 다양하지는 않다.은행직원이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틈을 이용,아파트추첨및 입출금을 조작하던 수준에 머무르다 90년대들어 시스템보안에 위협적인 해커들이 출 현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해커가 92년 7월17일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서울大 교육전산망용 컴퓨터시스템(SUNNET)에 침입해 6대의 중형컴퓨터에 수록돼 있던 정보를 모조리 파괴,전산망가동이 10여시간 마비되는 피해를 보았다.
일반인들이 기억하는 대표적 해킹사례는 지난해 2월 20대청년金모씨가 청와대 PC통신 비밀번호를 도용,은행 휴면계좌의 돈을인출하려 했던 사건.金씨는 정부기관중 이용도가 높은 국제심판소를 택해 1~5까지의 숫자를 4시간여동안 조합 해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국제심판소명의로 청와대가 가입한 PC통신의 비밀번호를「BH0303」으로 변경하라는 공문을 발송,관철시킨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의 전산망관련자료를 요구하다 붙잡혔다.
〈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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