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기업 이미 北과 經協-대우.코오롱 3國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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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핵-경협 연계정책으로 대북(對北)기계류 반출이 금지되고 있는동안에도 대우등 일부 기업이 정부의 묵인 아래 북한에 기계설비를 보내 합작사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8일 대북경협(經協)규제 재개를 발표하기 이전에도 대우.코오롱 등 일부 기업이 제3국에 있는 합작사를 통해 위장 반출하거나 위탁가공을 위한 설비 형태로 북한에 기계류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5面〉 남북교류 협력법상 대북 물품 반출은 정부의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으나 제3국을 통한 반출 형식을 취함으로써 정부도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우는 지난 92년1월 김우중(金宇中)회장이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남포(南浦)경공업단지에 경공업관련 9개분야 합작사업을 하기로 합의한데 따라 김일성(金日成)사망 직전인 지난 7월 그중에서 셔츠.블라우스.재킷.가방 등 4개분야 사업을 위한 2층짜리 가건물 형태의 공장 3개소를 완공했다.
대우측은 이 공장들을 짓기 위해 관련 설비를 중국에 있는 합작사로 수출하고 이 합작사가 남포공단에 보내는 방식으로 사실상설비를 북한에 보냈다.
정부 당국자는『3개 공장에서 추진될 사업들이 각각 1백50만~3백만달러수준으로 북한측 토지비용을 포함해 네가지 사업을 다합해도 1천만달러에 못미친다』면서『개별사업별로는 정부가 검토중인 시범사업 투자한도 기준인 5백만달러선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측 당국자가 공장완공 직후 金회장을 만났을 때 남포공단 건설과 관련해 북한이 제공한토지 임대료 및 인건비등 2억6천만달러를 빨리 달라고 독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대우가 남포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규모가 정부 당국자가 말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통은 특히 북한이 이 비용을 식량과 석유를 구입해 기계설비 반출과 같이 제3국을 통해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코오롱은 북한에 위탁가공용 양말기계 2백18만달러어치를 보냈으나 북한측이 양말을 만들어 보내지 않는 바람에 최근이와 관련해 보험금을 신청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이같은 사실은 북한이 겉으로는 남쪽의 경협제의를 거부.
비난하면서도 물밑으로는 대남(對南)경협에 매우 적극적임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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