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행정선진국은이렇다>6.사회복귀 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교정(矯正)제도의 궁극적 목적이 범법자들을 교화시켜 정상적인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데 있다면 석방을 앞둔 재소자들에게 사회 적응력을 길러주는 일은 교정업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있다. 선진 각국이 재소자들의 출소前 처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은 재소자들의 행형(行刑)성적에 따라 경비등급이 다른 교도소로 이송시킴으로써 재소자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사회적응 훈련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보론 연방개방교도소에서 출소를 기다리고 있는 개리 린세이(37)씨.10대 후반에 로스앤젤레스 최대 갱단의 하나인 블러즈派에 가입,범죄세계로 뛰어들었다.
6년전 은행강도로 7년 형을 선고받은 그는 처음 3년간 살벌하기로 이름난「페니텐셔리」(연방교도소 6개 등급중 규율과 경비가 가장 삼엄한 교도소)에서 고통스런 수감생활을 하며 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다고 털어놓는다.
착실한 수감생활덕에 그에게 적용되는 경비등급이 한단계씩 낮아져 지난해 8월 생활이 가장 자유스런 개방교도소로 옮겨졌다.그는 지금까지 교도소 직업훈련을 통해 배운 전기기술로 인근 바스토 해병기지에서 군용 배터리 생산에 참여,하루 4 달러(약 3천2백원)정도의 용돈을 벌고 있다.
모범수로 분류돼 5일짜리 휴가를 두차례 다녀오면서 그는 롱비치의 한 군납업체에 생애 첫 직장도 구해놓았다.
교도소장이 써준 추천서와 연방 노동부가 인정하는 기술자격증이커다란 밑천이 됐음은 물론이다.
각급 교도소는 직업훈련 못지않게「사회성」회복을 위해서도 많은노력을 기울인다.출소를 6개월 정도 앞둔 시점부터 재소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크게 달라진다.
이들에게는▲올해 州정부 판매세가 몇% 인상됐고▲올해는 무슨 산업이 호황이기 때문에 무슨 일자리가 유망하다는 식의 실질적인사회 교육이 이뤄진다.
보론교도소의 래리 테일러(50)소장은『연방교정국이 채택하고 있는 단계별 처우제도는 재소자들이 죄에 대한 대가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무리없는 사회복귀를 유도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출소자들의 절반 가량이 교도소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사회도 아닌「중간처우 시설」을 거친다.「중간처우의 집」「커뮤니티 처우센터」「석방前 센터」등이 이에 속한다.
비영리 공공단체나 개인이 연방 또는 州정부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이 시설들은 주로 석방 6개월 정도를 앞둔 재소자들을 수용,직장을 구하게 하거나 이미 정해진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면 인근 학교에서 강의도 받을수 있다.취침 통제시간인 오후11시까지 복귀하면 되고 그 이전시간은 개인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중간처우 시설들은 교도소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효과적인 완충제도로 평가받아 정부기관에서는 이곳에 카운슬러.직업교도관 등 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으며해마다 그 숫자가 늘어 현재 미국전역에 3천여곳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출소전 체계적인 사회복귀 훈련은 나라마다 특성이 있다.스웨덴의 경우 외스테르 오케르국립교도소에선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에게 밥짓기와 청소.빨래등 가사학습은 물론 에티켓 교육등을통해 사회 적응력을 키워준다.
영국의「호스텔」도 미국의「중간처우의 집」과 같은 사회복귀 훈련을 위한 시설이다.50명 안팎의 가석방 예정자들을 수용,6~9개월간 외부 기업체에 출퇴근시키고 취업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李元榮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