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시카고학파의 경제학" 자유주의 경제학연구회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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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때문에 우리가웬만한 안목과 정성을 갖지 않으면 좋은 책을 선별하는 일이 지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 나온 책중에서 내 눈을 확 끄는 한권의 책이 있다.본인만 읽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책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전남대와 대구대에 있는 8명의 젊은 학자들이 3년동안의 연구회 작업을 정리해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물론 이같은 연구가 가능하게 된 데는 그다지 표나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공동연구와 번역작업을 꾸준하게 지원해온 대우재단 의 지원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생소한 시카고 경제학의 핵심을 쉽게 정리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시카고 경제학의 세부 분야를 잘 조망하고 있다.오늘날 학계.관계,그리고 기업계에서 시카고 경제학의 진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시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숱한 경제학 교과서로 훈련받은 사람들이다.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배워왔지만 시카고 경제학으로 훈련받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경제학 개설서들은 주류경제학의 한 측면만을 지나치게 소개하고 있다.주류 경제학의 한 측면이라함은 매우 기계적이고 정부개입에 대해 우호적인 논리를 말한다.
특히 세상살이와 동떨어진 환상적 세계를 이야기하 는 경우가 많다.시카고 경제학은 사람들의 경제행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석도구로서 가격이론을 신봉하고 있다.그리고 시장경제가 자원배분은 물론 소득분배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은 최소한에 그쳐 야 한다는 신념과 믿음에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시카고 경제학은 겉으로 보기에 지나친 경쟁을 강조하기때문에 매우 냉정하게 보인다.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에게 물질적풍요와 자유를 보장해주므로 따뜻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특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제1부는 시카고 경제학의 개관을 소개하고 제2부는 규제.반트러스트.공익사업.법.통화이론.소비자이론.기업이론,그리고 공공선택이론면에서 시카고 경제학의 진수를 정리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제3 부는 시장과 정부,그리고 시카고 경제학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고 있다.
아마도 시카고 경제학은 진입규제.경쟁력강화.개방 등 오늘의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안목과 지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카고 경제학이 만병통치약인 것은 결코 아니다.시카고경제학 역시 주류경제학을 완결시키기 위한 하나의 흐름에 불과하다.때문에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경제행위를 한다는 합리성에 이론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행위를 설명하는데 인간의 비합리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아마도 이같은 흐름에서 본다면 시카고경제학 역시 합리성에 기반을 둔 일군의 학파일 뿐이다.
왜냐하면 다른 하나의 흐름인 인간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학파가 점점 중요성을 더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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