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공산주의5년>3,배가 고프면 범죄가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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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글싣는 순서〉 1東歐혁명은 실패한 도전인가 2자본주의의 쓴맛 3배가 고프면 범죄가 는다 4공산주의는 부활하는가 5東歐혁명의 끝은 西歐 옛동독 드레스덴에서 체코의 프라하로 향하는 E55번 국도.고갯마루 위의 국경 검문소를 지나 체코쪽으로 달려내려가다 보면 곳곳에서 여인들이 차를 세운다.차를 태워 달라는게 아니다.짙은 화장에 착 달라붙는 바지나 초미니 스커트 차림을 해 언뜻 보아도 직업을 알수 있는 금발미녀들은 주로 남자 혼자서 모는 독일번호판 승용차에 접근,호객을 한다.협정(?)가격은 50마르크(약2만5천원).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두나(도나우의 헝가리식 이름)강변.포럼.마리오트등 특급호텔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해만 떨어지면 거리의 여인들이 노골적으로 행인을 유혹한다.부근의 식당들도 혼자 들어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이들 이 다가와 수작을 걸어 온다.주인도 한패인 듯 샴페인이나 한잔 사주라고 부추긴다.
사회주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러한 풍경들이 이젠동유럽사회의 일상이 됐다.거리의 여인들 뿐 아니라 토플리스 바등 섹스산업도 동유럽 곳곳에서 성업중이다.사회주의가 무너진 곳에 가장 먼저 진출하는 서방 자본주의의 첨병이 섹스산업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거리에 진출하는 여인들이 늘고 있는 것은 개혁이후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못할일이 없다.따라서 범죄도 늘고 있다.
『민주화와 국경개방이후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소매치기등 단순 절도는 물론이고 전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마약이나 인신매매같은 조직범죄까지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헝가리 국립경찰의 외사국장인 율리아나 체게니(여.50)총경은 지난해 헝가리의 범죄 건수가 40여만건으로 절대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외국인 관련 범죄는 89년 이후 6배나 증가,범죄의 국제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인터폴등 국제경찰이나 외국경찰과의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이는 동유럽이 지리적으로 유럽의 동서,혹은 남북을 잇는 통로에 위치해 개방이 후 동유럽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체게니총경의 지적이다.러시아 마피아가 활동무대를 동유럽은 물론 서유럽까지 확대,자동차절도나 담배밀수등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알려진 사실이다.
범죄 뿐만 아니라 관리들의 부정부패도 만연하고 있다.대표적인예가 지난주 수뢰혐의로 구속된 체코의 국영기업매각청장 야로슬라브 리츠너의 경우.그는 매각기업의 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46만마르크(약2억3천만원)의 현금이 든 돈가방을 받 았다가 체포됐다. 최근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체코국민의 75%는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돈을 벌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체코국민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다.동유럽 각국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함께 밀려든 상대적 박탈감은 그동안 사회주의에 길들여졌던 동구 사람들의 의식을 빠르게 바꿔놓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게 하고 있다.역시 배가 고프다고 느끼면 범죄가 늘게 마련인 모양이다.
[부다페스트=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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