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권리와 의무 혼동하는 民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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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도 매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는 『오늘 회의는 유회됐다』는방송이 울려퍼지고 있다.
민주당이 12.12처리를 구실로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기택(李基澤)대표는 『12.12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있다.아마도 12.12정국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표현같다.李대표는 『이번엔 이긴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면 의아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李대표와 민주당은이같은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우선은 과연 기소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하는 것이다.민주당은 검찰의 조사는 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그래서 더이상의 진 상규명 요구는없다.더구나 李대표는 지난달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12.12의진상만이라도 밝혀졌어야 했다』고 말했다.이 요구는 1백%충족된것이다. 민주당이 12.12주동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느냐 하면그것도 아니다.『재판을 한뒤 대통령이 사면하라』고 말하고 있다.실질적으론 아무 것도 달라지는게 없는 형식적인 요구에 매달려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형국이다.12.12에 대한 「사 법적 정리」요구가 당연하다해서 그것을 정략화 하는것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혹시 『대통령이 모든 부담을 지라』는 주문이라면 지나치게정략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李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생에 대한 경시태도다.민주당은 다리가 무너지고 유람선이 불탔을때 개탄을 금치 못했다.『나라가 중병(重病)에 걸렸다』고 주장했다.그렇다면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세우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그래야 앞뒤가 맞다.그러나 민주당은 바로 그런일을 해야할,자신들에겐 유일한 「장(場)」이기도 한 국회를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예 예산심의도 거부할 자세다.『정부가 잘 짜놓지 않았겠느냐』고 말할 정도다.민주당은 예산심의를 권리로 알고 있는 것 같다.국민의 세금이 바로 쓰여지는지를 감시하는 일은 의회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이제 李대표는 이번 정기국회를 시작하며 자신이 한 대표연설을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거기에는 『UR문제.남북문제뿐 아니라 민생치안문제로 온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우리 국회는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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