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권순범役 정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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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정보석(鄭普碩.33)이라는 남자가 있다.영화『걸어서 하늘까지』에서는 의리와 순정밖에 없는 소매치기「물새」,연속극『야망』에서는 친구를 배신한 죄를 죽음으로 갚은 무인「진호」였던 그는 이제 스크린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사회부 기자「권순범」으로,브라운관에서는 『아들의 여자』의 나이트클럽 사장「태욱」으로 불리고 싶어한다.
중반에 접어든 영화 촬영이 밤샘을 불사하고 진행된 탓인지 본래 선이 가는 얼굴이 조금 더 여위었다.『너무 욕심을 내는 게아니냐』고 묻자 『욕심이 아니라 연기자로서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내가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방향 으로만 배역을고르다 보니 흥행이 잘 안됐을 때의 초조감이 훨씬 커진다.내가먼저 선택하기 보다는 관객들의 판단으로 넘겨 버리고 싶다』고 덧붙인다.
『무궁화꽃…』은 영화 데뷔 5년째인 그의 10번째 작품.영화데뷔작『그후로도 오랫동안』부터 주역만 맡아 왔기 때문에 그를 무척 오래된 배우라고 보는데 오해란 설명이다.
방송출연은 이보다 앞선 86년 KBS6.25특집극 『백마고지』부터니까 9년째.초기에 시청자들에게 그를 뚜렷이 각인시켰던 MBC-TV『젊은 날의 초상』의 방황하는 대학생 역을 화제에 올리자 지레 겁을 먹는다.
『지적인 분위기란 건 실제 저하고는 거리가 멉니다.그 때 맡았던 나약한 지식인 역할이 제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다고들 했기때문에 오히려 연기로서는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습니다.』 실제그의 연기는 양반자제와 뒤바뀐 천출 「달서」(KBS-2TV『사모곡』),병적인 성격의 「사도세자」(KBS-2TV『하늘아 하늘아』)나 냉혹한 프로 킬러(영화『제5의 사나이』),밑바닥 소매치기(영화『걸어서 하늘까지』),방탕한 재미 대학생(영화『웨스턴애비뉴』)처럼 폭넓은 감수성을 보여주었다.
***『젊은 날…』로 지적 이미지 심어 『걸어서 하늘까지』는흥행성적과 상관없이 유난히 애착을 느낀 작품.문순태의 원작소설은 TV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고,장현수 감독은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탔지만 주연배우는 아쉽게도 상복이 없었다.
요즘은 기자 「권순범」에 빠져들기 위해 일간지 사회부 기자들과 폭탄주를 주고받는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신문사 편집국을 나서며 『경찰기자들은 취재수첩뿐 아니라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던데 그걸 놓쳤다』고 안타까워 했다.
글:李后男기자 사진:朱基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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