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는 트랜지스터 개발-佛국립과학硏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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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돌돌 말아도 기능에 전혀 이상이 없는 TV스크린을 구경할 날이 멀지 않았다.브라운관은 물론 노트북 PC등에 사용하는 기존의 액정화면은 돌돌 말기는 커녕 크게 구부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액정화면뒤에 깔린 반도체 칩이나 브라운관은 매우 딱딱한 것이어서 구부렸다 폈다 할 경우 아예 망가져 전혀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연구팀은 최근 플라스틱과 같은 특성을 갖는 고분자재료를 이용한 트랜지스터를 개발,기존의 반도체가 넘보지 못할 새로운 시장을 열어놨다.돌돌말이 TV화면외에 한껏 구부러져도 작동에 이상이 없는 「스마트 카드」(신용 카드와 유사한 것으로 은행카드는 물론 신분증.의료보험증 등의 기능이 복합된 것)의 개발도 가능해졌다.
또 이 고분자 트랜지스터는 투명한 성질이 있어 필요에 따라 운전을 방해하지 않고 차앞유리에 문자나 신호 등을 표시하는데도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분자재료연구실의 가르니에 박사팀은 일찍이 이같은 트랜지스터 개발에 몰두,지난 90년 금속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전극(電極)을 만들기 위해 극소량의 금과 은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가르니에 박사팀은 최근 이마저도 흑연복합물로 대치,전혀 금속이 없는,그래서 매우「부드러운」 특성을 지닌 반도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이 트랜지스터도 단점이 있는데 기존 반도체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다.
한개의 크기가 약 50미크론으로 실리콘 칩에 비해 최소 10배이상 이다.
따라서 마이크로 프로세서처럼 작으면서도 복잡한 기능을 가진 칩을 이 고분자 트랜지스터로는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TV스크린이나 스마트카드,차앞유리의 표시장치 등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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