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체험 치즈마을 만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치즈 마을을 찾은 학생들이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응고시킨 커드를 길게 뽑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2일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느티마을 치즈체험장.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가운데 5~6명씩 조를 이룬 아이들이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순두부처럼 생긴 커드를 뜨거운 물 통 속에서 반죽했다.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응고시킨 커드를 2~3m 늘렸다가 뭉치는 스트레칭 작업을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 쫄깃쫄깃한 커드를 떼어 맛을 보던 주영미(14·익산 남성중 2년)양은 “평소 즐겨 먹는 피자가 이런 과정을 거친다니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도 서울·울산·익산 등서 3개 단체가 관광버스 6대를 타고 이 마을을 찾았다.

느티마을은 산과 들뿐인 한적한 농촌이고 주변에 변변한 관광지 하나 없다. 그러나 1인당 2만3700원(군청서 7700원 보조)씩 받는 유료 체험프로그램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린다. 방학이나 수확기에만 반짝 도시민이 찾는 여느 농촌마을과 다르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평일에는 100~150명,주말·휴일에는 300~400명이 찾아 온다. 단체로 참여하거라 방학 때 하려면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마을 방문객들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할아버지들이 모는 경운기를 타고 들녘을 누비고 어린 젖소에 우유를 주기도 한다. 또 직접 치즈를 만들어 보면서 우유가 치즈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다.

느티마을이 치즈체험을 시작한 것은 2005년. 처음에는 마을 안쪽 젖소농장에서 자신들이 생산하는 치즈·요구르트 제품 홍보차원에서 가족단위 투어를 실시했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한 달에 2000~3000명씩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해 말에는 마을 이름까지 ‘치즈마을’로 바꿨다.

올 들어서는 11월 말까지 무려 3만여명이 느티마을을 찾았다. 마을의 수입이 7억여원이나 된다. 수입금은 체험프로그램 참여 농민들에게 배분하며, 일정액은 경로잔치 비용으로 기부하고 동네 환경개선이나 체험시설 개·보수를 위해 적립한다.

최근 이 마을을 방문한 박해상 농림부 차관은 “임실 치즈마을은 농촌 체험과 치즈 생산이라는 산업이 어우러져 농민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췄다”며 “FTA 등으로 어려운 우리 농촌이 지향해야 할 미래 모델”이라고 말했다.
◆성공 포인트=치즈마을 성공은 이색적인 체험프로그램에 농민들의 조직적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주민들은 마을에 정착했던 벨기에 출신 지정환(76)신부의 지도로 1960년대 말부터 산양을 길러 우유를 생산하고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치즈·피자를 농촌 체험과 연결시켜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주민들은 미니 정미소에서 방아 찧기와 풀밭에서 썰매타기, 송아지에게 젖 먹이기 등을 가미했다. 계절에 따라 눈썰매타기, 연 날리기, 나무젓가락으로 고무총 만들기, 풍선 놀이, 새끼 꼬기, 해바라기·가지·호박 따기 등도 해 볼 수 있게 했다. 점심 식사는 마을 회관에서 치즈 돈까스를 제공한다.

이 마을은 여느 농촌과 달리 이 주민의 20%가 30~40대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뭉쳐 환경농업·팜스테이와 녹색농촌 체험마을사업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전체가 쌀 작목반과 축산·체험·민박 등 분과로 나눠 활동한다. 2~3일에 한 번씩 마을회관에서 주민회의를 연다. 체험프로그램은 매월 결산 보고를 하는 등 투명하게 관리,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이진하 운영위원장은 “임실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 앞 3만여평에 치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단순한 현장체험이 아닌 도시민들이 고향의 따뜻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오감만족 체험마을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장대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