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韓 투자한계 500만불 운신폭 너무 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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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기업의 대북(對北)투자를 허용하면서 일차적으로「5백만달러 까지만」이라는 금을 그어놓음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종목에 세밀한 신경을 써야 하게 됐다.
5백만달러(11일 현재 39억8천9백만원)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대북투자 5백만달러」의「실물(實物)개념」을 주요 업종별로 잡아 보면 그같은 구분을 어느 정도 확연히 할 수 있다.
우선「5백만달러로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는 것이 대부분 기업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정부가 시범협력사업으로 꼽고 있는 일부 섬유.식품 분야에서조차 초기투자가 대부분 5백만달러를 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북한의 값싼 인건비 때문에 임가공이나 현지투자가 유망하다고 지목되던 방적공장의 경우 채산성이 맞는 최소단위가 보통 정방기2만추 정도다.
7~10년된 중고설비를 갖다놓는다 하더라도 최근 시세로 1천만달러에 이르는 투자 규모가 된다.
한일합섬등 국내 기업들이 방적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할 때도 최소 2만~3만추 단위로 옮기고 있다.
한일합섬 관계자는『생산시설이 2만추 밑으로 떨어지면 인건비가아무리 싸도 채산 맞추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인건비 비중이 너무 높아 사양화된 신발도 5백만달러로는 공장 세우기가 역시 빠듯하지만 그래도 소규모로나마 해볼 만은 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5백만달러를 꽉 채워 투자해도 월 30만켤레를 생산하는 소규모 공장 밖에 지을 수 없고 이 정도라면 부산 지역에서 돌아가는「소규모 공장」수준은 된다는 것이다.
***봉 제 재봉틀만 있으면 돌아가는 봉제공장은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5백만달러만 들이면 캐주얼 셔츠나 재킷을 하루 2만~3만벌 만드는 종업원 2천~3천명 규모의 대형 봉제 공장을 세울 수 있다. ***가 방 정부의 아무런 승인 없이도 투자할 수 있는한도인 1백만달러만 투자해도 제법 번듯한 공장을 지어 매년 2백만달러어치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
5백만달러면 종업원 2백명 규모의 큰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연간 외형 1천만달러 정도의 공장인 셈이다.
***식 품 장치산업이라 초기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5백만달러로는 품목 제한을 많이 받는다.
고추장.된장의 경우 1백만달러만으로도 가내 수공업 형식의 소규모 생산 공장이 가능하지만 폐수 처리 시설이 필수인 간장만 해도 5백만 달러로는 기계화 시설을 갖추기에 빡빡하다.
음료수는 값 비싼 병입(甁入)시설이 필요해 5백만달러로는 아예 기계도 살 수 없다.
제일제당 관계자는『최소한 1천만달러는 돼야 1분당 5백병을 생산할수 있는 소규모 공장을 세울 수 있으므로 정부의 투자승인한도가 확대되기 전에는 대북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면의 경우 연간 8천만~1억봉지를 생산하는 1개 라인만 갖춘 중간 이하 규모의 공장에 보통 30억원(4백만달러)이상이 들어간다.
농심등 라면 업체들은 저장과 수송이 편리한 라면은 국내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판매하는 것이 낫지 구태여 북한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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