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폭력이 해결 방법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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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가을,파란 하늘에 붉게 잘익은 감이 달려 있는 것을 바라보면나는 어린시절 추억이 하나 생각 날 때가 있다.
그러니까 15세때라고 생각된다.조숙했던 나는 사춘기의 문제아가 돼 있었다.가난한 농부였던 부모께서 15세 소년의 사춘기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 주지 않았다.그것이 늘 불만이었는데,한번은 마루에서 점심을 먹다 나의 불만이 다시 튀어나 왔다.그러자평소 내가 제일 좋아하던 작은 형이 나서서 심하게 꾸짖는 것이아닌가.순간 나는 맨발인채 마당으로 뛰어가 지게작대기를 집어들고 작은 형에게『한번 덤빌테면 덤벼보라』고 소리쳤다.
그때 아마 작은 형은 군에서 휴가 나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나의 이같은 돌발적인 행동에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식구들과작은 형은 그냥 보고만 있었고,나는 그 길로 집밖으로 나와 뒷동산에 올라갔다.
점심도 먹다 말고 나왔고,한창 식욕은 왕성할 때라 금방 배가고파왔다.하는 수없이 나는 밭가에 있는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따먹을 수밖에.그때의 가을 하늘은 또 왜 그리 파랗게 맑던지…. 요 얼마전 신문에 학생이 선생을 때렸다는 기사가 나왔다.요즘 하도 놀라운 사건들이 많아 강심장이 돼있던 터이지만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같은 날짜 신문에는 남편에게 매맞고 쫓겨난 아내가 17년 법정투쟁 끝에 승소 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 두개의 사건은 언뜻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같다.하지만 폭력이라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우리가 문제삼아야할 것은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아버지가 아들에게,남편이 아내에게,혹은 선생이 제자 에게 하는 폭력은 용납되고 그 반대의 경우만 문제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동침하는 남편과 매맞는 아내가 벌이는 법정싸움이 무려 17년이나 걸렸다고 하기에 하는 말이다.아직도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회,누구를 탓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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