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美 중간선거-민주당 왜 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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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美중간선거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보수파 유권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40여년만에 처음으로 上.下양원을 장악하는 커다란 약진을 한 데에는 빌 클린턴 美대통령의 계속된 인기하락에 따른 유권자들의 민주당후보 기피와 보수성향의 남부유권자들의 정책중심 투표 경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미국내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선거 특징의 하나로 유권자들의 현직 거부 움직임을 들고 있지만 보수계 인사들은 이번 선거가 反현직 움직임이 아니라▲反클린턴▲反정부▲反진보의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현직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공화당 현직은 거의 재선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선거 이틀전 올해 美정부의 대외업적으로▲중동평화정착▲북한핵문제 타결▲아이티사태 해결등을 들었지만 그의 대외업적 과시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워싱턴의 일반적 시각이다.
반면에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캠페인당시 국내문제를 주로 내걸고 당선된 그가 재임 2년 가까이 범죄퇴치등 국내문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인기하락과 선거패배를 재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클린턴대통령의 인기하락은 민주 계 후보들의클린턴기피로 나타났다.토머스 폴리하원의장이 자신의 선거구인 워싱턴주 선거지원 유세를 자청한 클린턴의 제의를 거부한 것은 민주당후보들의 대표적인 클린턴 기피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남부의 공화당지지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남부지역은 1861~1865년의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북군의 에이브러햄 링컨대통령이 공화당이었다는 이유로 지난 1백30년 가까이 공화당을 기피해왔다.현재 연방상원의원 2명이 공화당인 미시시피州의 경우 1965년까지 공화당조직 자체가 없었을 정도였다.
이같은 공화당의 열세는 주로 남부의 민주당선호 때문이었다.
농업지역이라는 특성상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지만 남북전쟁여파로 정치에서는 민주당 편향이 돼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남부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진보성향을 수용할 수 없게되고 이제는 감정보다는 정책을 후보선택의 주요결정요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결과적으로 본래의 보수성향을 이번 선거에서 투표로 연결,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그러나이같은 성향은 남부지역이 민주당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공화당이 싫어서 선택했던 전례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번 공화당의 대약진은 주로 남부州에서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함에 따라 남부주출신 민주당의원 5~6명이 공화당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있다. 이는 남부출신 정치인들이 지역유권자들의 보수성향 표출화에 따라 계속 민주당에 잔류할 경우 스스로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가 미국보수주의의 회복이라기 보다 본래 보수주의자였던 유권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시작한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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