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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스클럽 개점한달-영업실적.기존업계 반발.파급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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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회원제 창고형 도소매점 프라이스클럽이 7일로 개점한달째를 맞았다.프라이스클럽은 그동안 하루평균 3억원어치를 판매하는등 매출호조를 보이면서 시장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등 기존 유통업체,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등과 납품가격 차별화를 둘러싸고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지만 백화점과 심지어 동네의 조그마한 슈퍼들까지 값내리기에 가세하는등 유통업계와 국내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프라이스클럽 개점 한달의 중간 결산을 특집으로 엮는다.
[편집자註] 9일 신세계백화점이 발표한 프라이스클럽 영업실적에 따르면 프라이스클럽은 개점초기 한달동안 모두 83억6천4백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루평균 2억9천9백만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실적은 매장면적 5천여평의 중소규모백화점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프라이스클럽 매장이 2천7백여평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백화점에 비해 두배 가까운 매출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평균 매출을 요일별로 살펴보면 평일에는 2억4천8백만원,토.일요일에는 3억9천만원을 올렸으며 개점이후 최고 기록은 지난달 30일의 5억2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말까지 4만여명이 프라이스클럽 회원으로 가입했고 하루평균 구매고객수는 4천7백14명으로 1인당평균 6만4천원 상당을구매해 백화점(1인당 하루평균 3만~4만원)등 다른 유통업태에비해 두배가량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세계측은 『이처럼 1인당 구매단가가 높은 이유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1주일 분량의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례가 많고,카드를 소지한 회원외에 2명까지 동반입장할수 있어 이웃이나 친지와 함께 방문해 대량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있기 때문』이라고설명했다.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식품및 가공식품류가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생활용품류 33%,의류및 잡화류가 19%등을 기록했다.
지난 한달동안 프라이스클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두루마리휴지로 하루평균 2천3백62상자(24개 들이)가 팔려 1천5백35만원의 실적을 올렸고,게스.캘빈클라인등 청바지류는 4백5벌 1천13만원어치가,자동차타이어는 2백38개 8 백32만원어치가 각각 팔렸다.
이밖에 맥주.세제류.TV.라면.청량음료.냉동피자.테니스볼 등이 하루평균 5백만원이상의 판매실적을 나타내면서 인기품목 상위대열에 올라섰다.
신세계측은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회원 10만명을 확보하고 총매출액이 2백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손익분기점도 당초 4년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프라이스클럽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국내외 유명 상품을 시중가격보다 평균30%이상 싼 값에 팔기 때문에 기존 업체와 적지않은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라이스클럽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납품업체로부터 싼 값으로 이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로인해 기존 유통업체들로부터 『어디는 싸게 주고,어디는 비싸게 공급하느냐』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프라이스클럽에 물건을 대주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납품가격을 인하해주거나 프라이스클럽에 대한 납품을 중단할것을 요구하고 나선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측은 똑같은 상품을 납품하면서 판매업체에 따라 가격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프라이스클럽을 운영하는 신세계측은 포장단위를 차별화하고 박리다매(薄利多賣)원칙 아래 저(低)가격정책을 유지하는 업태 운영 특성을들어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 두업체는 특히 자사(自社)계열의 유통판매망을 통해 확보된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체들에 압력을 가하는등 힘겨루기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납품가격을 둘러싼 제조업체와의 갈등도 심화돼 프라이스클럽측은저가(低價)판매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반면 제조업체들은 기존 대리점과 소매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우려해 납품을 거 절하는 사태가속출하고 있다.
이에따라 프라이스클럽은 기존대리점이나 도매시장을 통해 부족한제품을 조달하는 한편 별도 포장단위의 제품생산을 통한 제조업체의 납품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 게스.캘빈클라인등 외국산 유명브랜드 청바지를 시중판매가격보다 절반이상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함에 따라 그동안 이들 제품을 라이선스방식으로 생산,판매해오던 국내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등 진통 을 겪고있다.
프라이스클럽 등장은 백화점과 대형슈퍼.편의점뿐 아니라 동네의조그마한 슈퍼까지 값을 내리는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고있다. 프라이스클럽이 위치한 서울양평동 인근지역은 물론 서울 전지역에 걸쳐 원정쇼핑이 성행함에 따라 대형 슈퍼체인업체들은 프라이스클럽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울지역 全점포를 대상으로 별도의 특판기간을 설정해 가격인하를 실시하고 있 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들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제조업체의 납품 가격을 대폭 낮추기위해 전국단위의 협동조합구성을 적극 추진중이다.
프라이스클럽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뉴코아.그랜드등 대형백화점들도 할인판매점 개설을 서두르고 있고 새로이 유통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외국유명 유통업체들도 이부문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뉴코아백화점은 이달중순 인천연수동에 신규점포를 개설하면서 지하1층을 할인판매점 시범매장으로 꾸며 뉴마트란 상호로 개점하며그랜드.대구.동아백화점도 할인판매점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아래 내년초부터 잇따라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밖에 네덜란드 SHV홀딩社와 국내자본의 합작법인인 한국마크로,네덜란드 카르푸르그룹의 1백% 단독투자법인인 한국카푸등이 창고형 도매점 건립에 나선것을 비롯,월마트.K마트.워테루.제트로社등 외국유명 유통전문업체도 국내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할인판매점 진출을 모색중이어서 프라이스클럽에 의해 시작된 「가격파괴」물결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파만파(一波萬波)로 확대될 전망이다. 〈林一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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