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11연패 늪’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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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신명호<左>가 동부와의 경기에서 넘어진 채 공을 줄 곳을 찾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1승을 부탁해’.

이런 글이 쓰인 예쁜 피켓을 만들어 2일 대구 실내체육관을 찾은 오리온스 여성 팬의 표정은 간절했다. 최근 8연패를 당하는 동네북 신세였지만 오리온스의 팬들로서는 희망을 걸 만도 했다. 상대가 11연패 중인 꼴찌 모비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더 잔혹하게 졌다. 모비스의 수퍼 루키 함지훈이 대구 팬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 빈둥거리는 것 같던 함지훈은 공을 잡으면 치타처럼 빨라졌고 골대도 보지 않고 던지는 훅슛이 쏙쏙 들어갔다. 함지훈을 수비하던 오리온스 이현준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5반칙으로 물러나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충희 감독의 표정도 그랬다.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 지면 충격은 몇 배 크다. 허리가 아픈 김승현은 돌아올 기약이 없고 대신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고 있는 정재호는 실수가 줄지 않았다.

11연패에서 빠져 나왔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급했다. 20점을 앞서는데도 경기 종료까지 주전 선수들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90-76으로 이겼으나 유 감독은 웃지도 못했다. 9연패한 이충희 감독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11연패하면서 썩은 속을 말로 다 하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함지훈은 23득점·7리바운드·5어시스트·3스틸, 우지원은 3점슛 7개로 21득점했다. 탈꼴찌 싸움에서 오리온스는 3승14패로 모비스(3승15패)에 반 게임 차로 쫓기게 됐다.

한편 동부는 전주 원정에서 5연승을 달리던 KCC의 상승세를 73-61로 꺾고 1위를 굳게 지켰다. 김주성(18득점)이 공격과 수비에서 고루 활약, 서장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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