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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자원·환경 연계… 바다 하면 여수 떠오르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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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준영 전남지사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전남뿐아니라 경남·부산 등 남해안이 해양·레저 산업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프리랜서 장정]

만난 사람 = 사회부문 이해석 기자

박준영(61) 전남지사는 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를 관할하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유치 기반 조성에 힘썼다. 외적으로는 해외 유치교섭 활동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범정부 차원의 대외 유치교섭 활동이 본격화한 올 들어서만 중남미·아프리카 21개 나라를 방문했다. 지구 네 바퀴에 해당하는 13만㎞ 이상을 이동했다.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장·차관급 이상 인사 166명과 외국 대사급 인사 156명을 면담했다.

1일 박 지사를 만나 박람회 개최 구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고에 대해 꼭 써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상회담이나 국제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수 지지를 호소하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음에도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 등을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박람회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BIE 총회 표결에서 모로코의 막판 추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우리가 해내리라고 믿었지만 1차 투표 결과 예상보다 표가 적게 나왔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평창처럼 되지 않나 걱정했다. 다행히 2차 투표에서 지지를 약속한 국가들이 대부분 우리 바람대로 투표해 줘 승리할 수 있었다.”

-외교전의 승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모로코 탕헤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페인이 드러내 놓고 모로코를 위해 뛰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모로코 편을 들어 적극 활동했다. 모로코 한 나라가 아니라 이들 국가 연합과 외교전쟁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하는데.

“생산 유발효과 10조원, 부가가치 창출효과 4조원, 고용 창출효과 9만 명에 이른다. 이 같은 경제효과보다 더 큰 게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그 안에 사는 국민이 박람회를 준비하고 개최함으로써 비로소 바다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고 해양도 산업의 하나로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다. 효과가 여수에 국한되지 않고 남해안의 개발을 촉진하는 한편 우리나라를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발돋움시킬 것이다. 박람회 개최 방향도 이런 식으로 잡아 갈 것이다. ”

-전남 지역으로서는 발전 전기를 맞지 않았나.

“전남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낙후됐다. 박람회가 지역 개발을 촉진할 것이 분명하다. 파급효과는 전남에 그치지 않고 경남·부산을 포함해 남해안 전체에 미칠 것이다.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남해안에 새로운 기회가 왔고, 새로운 국가산업(해양·레저사업)의 중심 축을 이루게 된다. 이 때문에 경남도·부산시·제주도 등이 박람회 유치에 뜻을 함께했다. ”

-세계박람회 성과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박람회를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달렸다. 잘 기획하고 꾸려서 발전에 큰 충격을 주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고, 하나마나한 박람회가 될 수도 있다. 프랑스 파리는 박람회를 다섯 번이나 치르면서 도시 전체를 재계획하고 재개발함으로써 개조했다. 일본은 박람회를 통해 쓰쿠바를 첨단과학단지로 발전시켰다. 우리 여수도 또 다른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세계박람회는 모든 것을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는 크게 보면 각각 올림픽조직위원회(IOC)나 세계축구연맹(FIFA)의 룰과 지침에 따라 행사를 준비하고 치른다. 개최 국가는 장소를 제공하고 실무적 뒷받침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세계박람회는 다르다. 주제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도 우리가 개발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세계인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 주는가’도 우리가 찾고 결정한다. 순전히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박람회가 성공하자면 콘텐트가 중요하지 않은가.

“당연히 주제에 대한 콘텐트를 잘 개발해야 한다. 인류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고, 바다는 물류와 관광의 장이기도 하다. 바다에는 육지에 없거나 육지에서는 이미 고갈된 자원이 있다. 또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환경적 재앙이 바다를 통해 경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합쳐 콘텐트를 구성해야 한다. 빨리 전문가들과 세계적 석학들을 모아 연구해야 한다.”

-박람회장에서 보여 주는 것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박람회가 진정 성공하려면 일회성 전시행사로 그치지 않고 인류에게 기여하고 유산을 남겨야 한다. 석 달 동안 시설 등으로 현장에서 보여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바다와 인류·환경문제까지 담아 ‘여수선언’을 채택할 것이다. 또 우리 정부가 먼저 1000만 달러를 내놓아 기금을 조성, 해양 관련 연구를 뒷받침하는 ‘여수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연구 결과를 개발도상국가들도 공유해 모든 나라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이다. 여수에 해양 및 해양환경 관련 연구기관이 들어서고 박람회 후에도 국제 세미나가 열리면 각국에서 관계 전문가들이 찾아 오지 않겠나. 바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연구하고, 또 세계인이 고민하는 환경문제 등에 대해 지혜를 나누는 데 여수가 그 중심에 있게 된다.”

-대전 엑스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들 말한다.

“대전 엑스포는 과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 자체는 잘 치렀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시설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지금은 공원으로 쓰이고 있다. 콘텐트를 개발하고 박람회장을 조성할 때 꼭 사후 관리, 즉 활용 방안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영구 보존하며 계속 운용할 시설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는 박람회 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거나 아예 헐어버리는 것을 전제로 박람회장 조성 계획을 짜야 한다. 때문에 콘텐트를 무엇으로 하고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핵심으로 할 것인가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여수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여수는 지방 소도시에서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제적인 도시로 변신할 기회를 잡았다. 기회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여수 시민의 몫이다. 도시의 모습도 국제도시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시민의식 또한 생각과 외부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람회는 여수라는 곳에서 열릴 뿐이지 국가 행사다. 콘텐트 개발을 비롯한 준비도 정부가 주관한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그것이 잘 이뤄지도록 아이디어도 내고 하면서 지원할 뿐이다. 정부가 관련 사업을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게 된다. 또 정부 안에 박람회 준비기획단을 설치할 것이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각각 지원단을 둬 SOC 사업 등이 빨리 그리고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뒷받침하겠다.”

-SOC 확충 사업까지 합쳐 12조원을 투자한다는데, 너무 과하지 않은가.

“여수권에는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와 광양 컨테이너부두, 광양제철소가 있다. 또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을 개발 중이다. 그런데도 교통망이 잘 안 갖춰져 물류 등에 문제가 많다. 전주~남원~광양 고속도로 건설과 전라선 복선화 및 전철화 등 총 사업비 10조원의 SOC 사업 12건은 박람회와 관계없이 꼭 갖춰야 할 기반시설들이다. ”



10조원 드는 도로·철도 확충사업
엑스포 위해 취임 직후부터 추진

박준영 전남지사는 2004년 7월 취임 이후 세계박람회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여수 일대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힘썼다.

우선 여수까지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판단해 도로·철도 개설 및 개량 사업에 특별히 투자를 한다. 모두 12건에 10조원을 투입한다. 전주~남원~광양 고속도로(길이 118㎞)는 2004년 착공해 공사가 41% 이뤄졌고, 목포~장흥~광양 고속도로(106.8㎞)는 공정률이 37%다. 순천~여수 자동차 전용도로(15.1㎞)는 15% 진척됐고, 광양에서 순천을 거치지 않고 광양만을 해상 교량으로 가로질러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이르는 도로 8.5㎞는 최근 착공했다. 여수시 돌산도~화태도, 적금도~고흥군 영남면을 잇는 연륙·연도교도 가설 중이다.

철로는 2002년 착공한 전라선 익산~순천 154.2㎞ 구간의 복선화 및 전철화가 32%, 순천~여수 33.9㎞ 구간의 개량이 절반가량 이뤄졌다.

박 지사는 “이들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 총 사업비 10조원 가운데 2조2000억원이 이미 투자됐고 내년도 예산에서도 1조원을 확보해 놓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들 사업 외에 모두 5건 1조8397억원의 신규 사업을 박람회 개막 전까지 완공하자고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순천까지만 계획된 전라선 복선화 및 전철화를 여수까지 연장하고 전주~남원~광양 고속도로도 여수까지 32㎞를 더 개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2.1㎞인 여수공항 활주로를 3.2㎞로 늘려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게 만들고, 박람회장 부근 여수 신항에 크루즈 전용부두를 조성할 것을 건의 중이다. 여수시 화양면~적금도 사이 네 곳 해상에 연륙교·연도교를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해석 기자



박준영은 누구

1946년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서 태어나 목포중학교를 마친 뒤 1년 동안 농사를 짓다 상경했다. 낮에는 중국음식점 등에서 일하며 밤에 공부해 인창고를 나왔다. 성균관대 정치학과 4학년 때인 72년 중앙일보 수습기자로 입사했으나 80년 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됐다. 이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다 미국에 가 오하이오대에서 신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87년 중앙일보에 복직한 뒤 뉴욕특파원, 정치2부장과 편집국 부국장, 시사월간지인 ‘WIN’ 주간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뒤인 98년 청와대 국내언론 비서관(1급)과 공보수석 겸 대변인, 국정홍보처장(2001년 9월~2002년 1월)을 역임했다. 2004년 6월 치러진 전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데 이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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