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젊음이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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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회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함께 일하게 된 분이 있다.미국에서 30년가량 생활하신 이분은 55세의「청년」으로,말 그대로 30대 젊은이와 같은 활력과 의욕으로 회사의 젊은 직원들을 무색케 한다.
그 연배의 어른들이 흔히 보임직한 일체의 권위의식도 고정관념도 없다.늘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보이고 귀와 마음을 열어두신다.손에는 항상 사전이 들려있고,새까맣게 어린 직장 부하들의 의견에도 세심히 귀기울이고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경건해보이기까지 한다.이분에게는 자녀들과의 사소한 수다도 아주 큰 즐거움이 된다.런던.보스턴 등 세계각지에 흩어져 생활하는 이분의 아들.딸들은 문제거리가 있을 때마다 부모에게 전화를 하는데,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들로 으레 통화시간은 1시간을 넘게 마련이며,대부분「콜렉트 콜」로 걸려오기 때문에 전화요금도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고 한다.그래도 이분은 장성한 아들.딸들이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것이 큰 기쁨이고,그럴만큼 당신 또한 젊은 마음을 갖고있다는 것에 자긍심을느낀다. 이분에게 어디서 이런 젊음과 활력이 나오는 걸까? 사람이 80까지 산다고 할 때,20년까지는 기저귀 차고,먹여주는밥 먹고,부모의 보호 아래 살기 때문에 진짜 내 인생이라 할 수는 없고,그 이후의 60년이 제대로 된「내인생」이라는 것이 이 분의 논리다.
그러므로 50살이라고 해봐야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정도 산 것이며,때문에 계속 배우고 새로운 것을 찾아 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면서,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매년 여름마다 가족을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3개월 과정으로 30과목 개설되는데,내년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해 배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이신다. 이분을 보면서 젊다는 것은 시간이나 세월로 정의되는 것이아니라 스스로 끊임없이「배우고자 하는」마음을 낼때 주어지는 것이란 것을 느낀다.항상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스승이며,그 많은 스승을 모시고 있는「학생」이야말로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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