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있음에…농심배 바둑 한국 5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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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승리였지만 역시 이창호 9단은 완벽했다. 이9단은 지난 13, 14일 중국 상하이 왕바오화 호텔에서 속개된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최종 라운드에서 한국팀의 마지막 수문장으로 나서 일본의 두 노장을 잇따라 불계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3일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에게 2백3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둔 이9단은 14일 린하이펑(林海峰)9단에게 1백45수만에 흑 불계승. 이9단의 행마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해서 대국장에 운집한 동양 3국의 고수들은 '바둑이 저렇게 쉬운 것인가'하고 스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은 이로써 한.중.일 국가 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5연패에 성공했고, 같은 스타일의 단체전에서 12번 잇따라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이창호9단은 농심배에서만 25연승(예선 포함)으로 무패 행진을 계속했고, 단체전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우승을 챙기는 '철의 수문장'으로서의 명성도 이어갔다.

만 29세의 이9단은 이번 대회에 허영호2단.홍민표3단.박지은5단.원성진5단 등 예선전에서 이변을 일으킨 20세 안팎의 젊은 기사들을 이끌고 주장으로 출전했다.

한국은 허2단.홍3단.박5단이 한판도 못 건지고 연패, 벼랑에 몰렸으나 원5단이 3연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이9단이 막판을 마무리해 후배들에게 우승 상금(1억5천만원)을 나눠줄 수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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