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세토 연극제 개막-韓.中.日 문화교류 새章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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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제1회 베세토(BeSeTo)연극제가 오는 10일 예술의 전당토월극장.자유소극장에서 개막된다.서울 정도(定都)6백년을 기념해 한국에서 첫 대회를 개최하는 이 연극제는 한국.중국.일본 동양3국이 연극을 통한 문화교류의 새 지평을 열 자는 취지에서마련됐다.내년에는 도쿄,다음해에는 베이징등 3국의 수도에서 번갈아 개최되며 궁극적으로는 세계연극제로 확대해 나가겠다는게 주최측의 목표다.베세토는 베이징(Beijing)-서울(Seoul)-도쿄(Tokyo)의 영문 첫 글 자를 딴 것이다.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회장 김의경)가 예술의 전당과 공동 주최하는 이 연극 축제에는 중국 베이징인민예술극원(대표 차오위)의『천하제일루(天下第一樓)』를 시작으로 일본 도가 스즈키극단(대표 스즈키 다다시)의『리어왕』,한국 극단 목화 의『백마강 달밤에』,극단 미추의『오장군의 발톱』등 4개 작품이 차례로 선보인다. 베이징인민예술극원은 52년 창단이래『뇌우』『찻집』등 2백여편의 다양하고 수준높은 작품을 발표해「베이징의 보석」으로불리는 중국의 대표적 극단.
이 극단이 선보일『천하제일루』(허지핑 작,시아춘.궈웨이 공동연출)는 오리요리점을 무대로 전문경영인과 요리점 아들의 경영권다툼을 그린 3시간짜리 대작이다.
구운 오리요리를 소재로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이 연극은 출연배우 60여명의 뛰어난 앙상블연기로 88년 초연 당시 2백회의 공연기록을 세우며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했던 작품.
작가 허지핑은 2년간 오리요리를 배우고 백만장의 자료를 수집해 5년만에 극본을 완성했다(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10~13일오후7시30분).
일본측 참가작『리어왕』은「스즈키 메소드」란 배우 연기술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연출자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가 셰익스피어 원작을 특유의 실험적 방법으로 패러디한 것.
무대도 현대고,리어왕은 병원에 갇힌 고독한 환자로 그려지며 배우도 전원 남자만 등장하는등 원작을 대부분 재구성했고 인물관계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토월극장 17~19일 오후7시30분). 한국측 참가작 2편 역시 초연 당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들.
극단 목화레퍼토리의『백마강 달밤에』(오태석 작.연출)는 충청도 한 고을에서 벌어지는 대동제를 무대위에 형상화해 고립되고 배타적으로 길들여지는 현대인을 풍자한다.
한국인의 삶과 정서에 스며든 조상과 이웃,자연과 환경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11~21일 자유소극장 오후3시.7시).
극단 미추의『오장군의 발톱』(박조열 작.손진책연출)은 순박한시골청년 오장군을 통해 전쟁의 허무함을 그린 반전(反戰)주의 작품. 비정한 조직사회에서 인격적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부속품으로 전락해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진혼곡을 작가 특유의 코믹하고 세련된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관료주의와 군대식 사고를 신랄하게 풍자한 이 연극은 10여년간 심의에 묶여있다 지난 87년 비로소 해금되기도 했다(22~25일 토월극장 오후3시.7시30분).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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