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올스타전 "오빠들 다시 선수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백구의 코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배구 'KT&G V-투어 2004' 올스타전이 벌어진 1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20분 3세트제로 벌어진 남자올스타전 2세트에서 올림픽팀 리베로 이호(1m80㎝.현대캐피탈)가 공격수로 변신, 네번째 공격시도 만에 스파이크를 성공시켰다. 이에 질세라 아테네팀 리베로 여오현(1m75㎝.삼성화재)도 공격수로 자리를 바꿨다. 3세트 여오현의 스파이크 서브가 날아들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후위공격까지 선보인 여오현이 자신보다 20㎝ 정도 키가 큰 올림픽팀 장병철(삼성화재)의 스파이크를 가로막는 순간 경기장은 환호의 도가니였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1세트. 올림픽팀의 '거미손' 방신봉(현대캐피탈)은 아테네팀 이형두(삼성화재)의 공격을 가로막은 뒤 상의를 벗었다. 속옷 세리머니. 방신봉은 '프로배구, 팬들의 힘이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속옷을 내보이며 프로화에 대한 염원을 드러냈다. 장광균(대한항공)과 이형두도 춤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한세트씩 나눠 가진 올림픽팀과 아테네팀은 3세트에서 17-17에서 시간제한에 걸려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고려증권 옛 멤버로 구성된 고려올스타팀과 나머지팀 멤버로 이뤄진 수퍼올스타팀이 맞붙은 OB올스타전 역시 웃음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장윤창(경기대 교수).마낙길(회사원).이상렬(인창고 교사).임도헌(재 캐나다).하종화(진주 동명고 감독) 등 1980~90년대 한국 배구를 풍미했던 그들은 이미 아저씨가 됐지만, 이날만큼은 '오빠'였다.

26분의 시간제 단세트로 치러진 경기. 하종화.이상렬.임도헌의 공격을 앞세운 수퍼올스타팀에 5분여를 남기고 29-33으로 뒤진 고려올스타팀은 장윤창.박삼룡(LG정유 감독)의 공격으로 추격전을 벌여 37-36의 역전승을 거뒀다. "고려증권 조직력 배구는 여전하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여자올스타전에서는 최광희(KT&G)가 폭발한 아테네팀이 올림픽팀을 2-0으로 물리쳤다.

남녀부 최우수선수(MVP)에는 여오현.최광희가 각각 선정됐고, OB올스타전 MVP는 이상렬에게 돌아갔다. 한편 서브 스피드 콘테스트에서는 이경수(LG화재)가 1백14㎞로 '광속 서버'임을 입증했다.

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