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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드보르자크와 '10년만의 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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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20)씨가 세계 무대 데뷔 10주년을 맞아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던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을 10년 만에 다시 연주한다. 張씨는 이 작품을 들고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오는 3월 4~6일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 선다.

드보르자크 협주곡은 1994년 파리에서 열린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 결선 과제곡으로 그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출세작이다. 올해는 드보르자크 서거 1백주기가 되는 해라 더욱 뜻깊은 무대다. 뉴욕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소감을 들어봤다.

"저에겐 남다른 느낌을 주는 음악이에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작품에 흠뻑 빠졌는걸요. 마젤 선생님이 이 곡을 함께 연주하자고 먼저 제의했을 때 저도 모르게 기뻐서 펄쩍 뛰었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張씨는 마젤과 각별한 음악적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지난해 3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특별 연주회에서도 마젤과 호흡을 맞춰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한 바 있다. 2000년 마젤의 칠순 기념공연에서도 마젤의 '첼로협주곡'을 초연했다.

"1998년에 마젤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요. 선생님이 작곡한 소품을 제가 초연하면서 헨델의 바이올린 2중주도 함께 연주했어요. 그때부터 저에겐 둘도 없는 스승이 되었답니다. 항상 제게 관심을 가져주는 분이죠."

지난해 가을 하버드대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심리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는 張씨는 요즘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연습하다 보니 10년 전 콩쿠르 결선 때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로스트로포비치 선생님이 나중에 들려준 얘기예요. 첼로가 저절로 무대로 걸어 나오는데 한참을 보니 그 뒤에 꼬마 소녀가 숨어있더라나요. 같이 배꼽을 잡고 웃었지요."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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