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지난 시즌 꼴찌가 ‘공공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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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용관(대한항공), 신치용(삼성화재), 김호철(현대캐피탈), 박기원(LIG손해보험·왼쪽부터) 감독이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930년대 미국 시카고범죄위원회(CCC)가 처음 사용한 ‘공공의 적(Public enemy)’은 마피아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범죄인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그랬던 게 최근에는 스포츠 쪽에서 다른 쓰임새로 쓰인다. 리그에서 독주해 나머지 팀들의 견제를 받는 팀이 ‘공공의 적’이다.

그런데 2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신형 공공의 적’이 나타났다. 사회자가 각 팀 사령탑들에게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싶은 팀이 어느 팀이냐”고 물었다. 박기원 LIG손해보험 감독을 뺀 나머지 세 팀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LIG를 지목했다. LIG는 지난 시즌 프로팀 중 최하위였다. 그럼에도 ‘공공의 적’이 된 까닭이 뭘까.

“외국인 선수가 없는 현대캐피탈에는 이겨야 본전이니까 일단 이기겠다. 현대캐피탈에 외국인 선수가 오고 나면 LIG만은 꼭 잡겠다. 동종업계 팀이기 때문이다.”(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우리는 프로 출범 이래 단 한번도 LIG에 진 적이 없다. 올 시즌에도 LIG에 대해서는 연승 행진을 이어가겠다.”(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개인적으로는 모든 팀에 60% 이상 승률이면 된다고 본다. 그런데 선수들은 한국배구연맹(KOVO)컵 결승에서 만났던 팀이라는 이유로 LIG만은 잡겠다고 한다.”(문용관 대한항공 감독)

우승은커녕 챔피언결정전 한번 올라보지 못한 LIG 입장에선 농담이라도 부담스러운 얘기다. 당황한 박 감독은 오히려 큰소리쳤다.

 “우리가 지난해에는 꼴찌였지만 올해는 다 이기고 싶습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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