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맞춤 용접 … 차 무게 10%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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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맞춤재단용접강판(TWB) 라인에서 두 가지 종류의 강판을 레이저로 용접 중인 로봇의 모습.

포스코 전남 광양제철소의 자동차가공그룹 현장. 이 그룹 박하선(41) 박사는 수요자인 자동차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강판을 자동차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는 제철소 내 자동차가공그룹의 전시장을 보여주면서 “멋진 자동차 속에는 철강인들의 땀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부품들이 차체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박 박사는 “자동차 강판의 추세는 경량화”라며 “온실가스 배출 절감의 일환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량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충돌 안전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견고해야 한다. 세계 초일류 자동차 강판 제철소를 꿈꾸는 광양제철소도 이 같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가공공법을 사용 중이라고 박 박사는 덧붙였다. 기존의 가공공법으로는 가벼우면서 단단한 차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봇으로 맞춤 용접=자동차강판 신가공추진반의 이현태 팀리더는 지난해 8월 준공한 ‘맞춤재단용접강판(TWB)’ 공장으로 안내했다. 여기저기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작업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업이 로봇에 의해 이뤄졌다. TWB가 필요한 부위의 예를 들자면, 운전석 문의 안쪽 강판이다. 본체와 연결되는 부위에는 내구성이 보다 견고한 강판을 적용하고, 나머지 부위는 무른 재질의 강판을 쓰고 싶을 때 두 가지 종류의 강판을 레이저 용접으로 합치는 방식이다. 이현태 팀리더는 “이 같은 용접방식을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자동차 전체 무게의 10%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유럽의 철강사들은 TWB 설비를 도입해 자동차사에 공급해 왔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외에 현대하이스코가 이 같은 가공공법을 생산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전시된 자동차 뼈대. 고강도 강판으로만 만들어진 모델이다.

◆물이 쇠보다 강해=바로 옆의 하이드로포밍 공장은 물이 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물을 이용해 강판을 가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엔진을 엔진룸에 고정해주는 크래들과 같이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만들 때에는 여러 개의 강판을 사용했다. 각각을 성형작업한 뒤 나중에 여러 개의 결과물을 용접해서 관의 형태로 만들어 왔다. 하이드로포밍은 튜브 형태의 관을 미리 굽힌 뒤 안에 물을 채워 원하는 형태의 금형 속에서 가압을 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형태의 부품일수록 압력이 일정하게 작용해 제품의 두께와 강도가 균일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강판을 최소로 사용할 수 있어 무게를 30% 정도 줄일 수 있다.

◆내충격용 강판 고온 뒤 급속 냉각해 가공=지나치게 단단한 강판을 사용하다 보니 지금까지 써온 프레스로는 고강도 강판을 가공하기 힘들었다. 기존의 냉간가공기법을 이용해 어렵게 5~6 차례의 단계별 프레스를 거치더라도 강판이 원래 형상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스프링백 현상’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강도 자동차 강판을 가공하는 신공법이 필요했다.

지난해 2월 ‘핫프레스 포밍’ 공장이 이 같은 목적으로 세워졌다. 절단된 강판을 섭씨 900도의 고온에서 프레스한 뒤 급속히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1㎟에 150~200kg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자동차용 강판이 주된 대상이다. 기존의 프레스로는 1㎟에 120㎏을 견디는 강판이 한계였다. 이렇게 가공된 고강도 부품은 운전자의 안전과 관련된 차체 부위에 많이 적용된다.

광양제철소 조뇌하 압연담당 부소장은 “자동차의 경량화를 위해선 아직까지 목표치의 20∼30% 여력이 남아 있다”며 “일본과 독일의 철강사들이 경량화에 주력하고 있고,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기술력과 제품 구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광양=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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