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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실내악단 畵音 정기연주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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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들어 독주회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가족잔치식의 귀국 독주회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연주계 일각에서는「대화가있는 음악회」「강의식 연주회」의 붐이 조용히 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방송프로에 영향을 받은 음악회 기획이 늘어나고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사회자가 음악회의 진행을 이끌어 간다든지,연주자가 직접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는등 음악회의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지난달 31일 호암 아트홀에서 열린『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사실 독주회라는 음악 장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청중과 연주자가 격의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 스스럼없는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독주회의 원래 모습은 연주자와 청중이 깊은 정신적 교감을 나눌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또 지난달 30일 오후5시 삼풍갤러리에서 열린 실내악단 화음(畵音)의 공연『시와 그림과 대화가 있는 음악회』는 이같은 최근 경향을 한데 모아놓은「이색음악회」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젊은 연주자들에 의해 강남 한복판에서 이 루어진 시도여서 더욱 그렇다.
화랑에서의 음악회는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전시회 개막일에 관객들에게「볼거리」와「들을 거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했다.
소프라노 이춘혜 독창회로 꾸며진 이날 연주회는 그림이 배경이되고 음악이 부각된 경우였다.슈베르트의『바위 위의 목동』(클라리넷 이창희),포레의『만돌린』과『달빛』,드뷔시의『팬터마임』과『피에로』,그라나도스의 가곡들(잉글리시 호른 함일 규)이 연주되었는데,특히 포레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던 장 와토의 그림이나 그라나도스 가곡의 소재가 된 고야의 작품을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음악회가 끝나고 열린 조촐한 다과회도 연주자와 청중의 자연스런 만남을 유도하는 격의없는 분위기를 제공했다.80명 정도를 수용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회원제에 의한 자발적인 청중의 참여가 돋보이는 음악회였다.『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19세기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살롱 음악회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주회 문화가 대형화되고 음악회 참석이 체면치레를 위한 어색한 형식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싶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청중과 연주자 뿐만 아니라 작곡가와의 만남도 주문하고 싶다.가령 국내 화가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쓴 창작곡을 그림 전시와 함께 연주하거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을 전시하면서 음악도 함께 소개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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