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제까지 가짜상품 천국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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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우(韓牛)고기인줄 알고 먹었더니 수입쇠고기였고,외국 유명 상표(商標)의 옷인줄 알고 입었더니 국산 가짜였다는 얘기는 너무 흔해서 새삼 거론할 거리도 못된다.문제는 가짜 상품이 버젓이 행세하는 세월이 너무 오래 계속되고,그것의 유 통이 신용이있으리라 믿는 대형업소에서도 이루어진다는데 있다.아직도 우리는빈곤시대의 경제적 악습(惡習)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공정거래위(公正去來委)조사에 따르면 지금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한우고기 가운데 순수한 진짜는 업소에 따라 5~10%밖에안된다.나머지는 수입 쇠고기거나 국산 젖소 또는 교잡우라는 것이다.또 2일 검찰이 적발한 상표법 위반 사례를 보면 특정 유명 백화점(百貨店)의 외제 의류코너도 믿을게 못된다.여기서 파는 옷은 전문 봉제공장에서 만든 국산품에 위조한 외국상표를 붙인 것이다.수시로 적발,단속되는 가짜 상품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짜상품 횡행의 원인으로 상도(商道義)의 실종을 운위하는 것은 너무나 원론적인 얘기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그것이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이 왜 아직도 구축(構築)되지 못했느냐를 따져야 한다.한마디로 가짜 상품을 제조,유통시키고도 별 탈없는 산업풍토가 문제다.아울러 그것의 유통을 사전.
사후에 막아야 할 국가의 공권력이 체제를 제대로 못갖춰 무력하거나 해이해진 것이 핵심적 원인이다.
또 소비자들의 각성(覺醒)이 아직 불충분한 것도 가짜 상품 횡행의 원인이다.가짜상품 제조원이나 유통업체가 소비자의 힘으로배척당하는 경우가 자주 생겨야 한다.지금 유통업계는 가격파괴(價格破壞)라는 새로운 유통풍토를 조성해가고 있다 .좋은 상품을값싸게 공급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가짜 상품으로 일확천금하겠다는 풍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아닐 수 없다.유통업을 보다 격심한 서비스 경쟁으로 내몰아 가짜 상품의 거래를 막고,설령 제조 업에서 가짜 상품이 생산돼도시장에 발을 못붙이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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