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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와인 포차’ 그곳에선 순대도 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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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혁재 전문기자]

20대의 와인 문화는 튄다. ‘포장마차’에서 마시고, 순대와 떡볶이를 곁들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와인은 ‘우아함’의 대명사도 아니고 ‘좀 아는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와인 포차를 찾는 20대들의 색다른 와인 사랑법을 들어봤다.

이여영 기자

 최근에 문을 연 홍대 앞의 ‘꼬메스타(Come Sta)’. 이탈리아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큰길 뒤 골목길 안에 있는 조그만 벽돌집 1층에 있다. 테이블이라고 해야 대여섯 개. 노르스름한 조명이 정겹다. 전통적인 의미의 와인 바와는 거리가 멀다. 분위기 있는 포장마차라고나 할까. 요즘 20대들은 이런 가게를 ‘와인 포차’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보면 곤란하다. 주인장 한나(29)씨는 청담동 와인 바에서 5년간 경력을 쌓은 만만찮은 소믈리에다. 그가 홍대 앞으로 간다고 하자, 그를 아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말렸다. ‘그 동네에 와인 제대로 마시러 오는 사람이 있겠냐’는 것이 이유였다. 개업 전 홍대 앞 와인 포차에서 6개월간 일하며 그는 우려를 씻었다. “청담동 와인 바에 백화점에서 명품을 찾 듯 와인을 즐기는 40, 50대가 있다면, 홍대 앞에는 제대로 와인을 즐기는 20대가 있더군요.”

 

레드글라스(사진上), 산타몬테.

‘포차’의 와인은 바에 비해 가격이 싸다. 대부분이 와인 바 가격의 60∼70% 정도다. 여기서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와인을 즐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힙합 스타일 일색인 남자에서 짧은 치마에 밝은 색 레깅스를 받쳐 입은 여성에 이르기까지, 손님의 옷차림부터 각양각색이다. 한씨는 “포차에는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아예 없다”고 말한다.

 안주도 개성이 넘친다. ‘꼬메스타’의 겨울 특선 메뉴는 삼색 수제비와 굴탕이다. 술을 마시면 출출해 하는 젊은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극동방송국 근처 ‘뱅에뱅(Vin et Vin)’은 안주 뷔페가 공짜다. 손님들은 삶은 계란, 호떡, 과일, 마른 안주 등 마음대로 갖다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홍대 놀이터 뒤편의 ‘리틀테라스’에는 해산물과 숙주, 매운 고추를 듬뿍 넣은 해장라면 메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서초동 ‘올리브 트리’는 자장면을 내놓는다.

 기성세대는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골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반면 20대는 음식에 와인을 맞춘다. “소주나 맥주처럼 와인도 그저 술일 뿐이죠. 맛있는 음식, 친구들과의 수다에 곁들이면 좋은 첨가제이고요.” 와인 포차를 즐겨 찾는다는 유미연(25·연세대)씨의 말이다. 공부하듯 익힌 지식을 늘어놓기 위해 와인을 마시고, 음식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와는 크게 다르다.

 포차는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남 일대에도 포차로 분류될 만한 와인 바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까나페 아일랜드’ ‘올리브 트리’ 등이 인터넷 와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대가 주도하는 와인 포차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1세대 와인 전문가로 꼽히는 한국와인협회 서한정(64) 회장의 시선은 의외로 따뜻하다. “와인 문화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소수 전문가에서 대중으로 점차 확산돼 가고 있습니다. 초보자가 보다 싸고 맛 좋은 와인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와인 포차의 등장은 긍정적이죠.”

이 포차!

■저렴한 곳 원하면=‘토토의 와인 구멍가게’(02-335-1556)의 와인값은 1만원 이하부터 시작한다.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고 병당 1만5000원의 코르키지(봉사료)를 내면 가게 안에서도 마실 수 있다. 강남에서는 ‘카나페 아일랜드’(02-545-1126)로 가면 된다. 치즈 안주가 3000~4000원대, 와인은 2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점심때 마시려면=‘산타몬테’(02-336-6541)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점심시간에 모든 메뉴를 20% 깎아준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쿠폰을 사용하면 더 좋다. 3∼4층의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면 홍대 앞 풍경을 감상하면서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을 좀 안다면=‘꼬메스타’(02-338-8776)와 ‘레드글라스’(02-322-9373)를 추천한다. ‘꼬메스타’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와인 매니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레드글라스’ 역시 프랑스 와인을 많이 가지고 있고 올해 말까지 오후 9시 이전에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하우스와인과 샐러드를 무료로 제공한다.

■집에서 마시려면=교대역 사거리에 위치한 ‘빌라비니’(02-596-0600)는 전화로 주문한 뒤 택배나 퀵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와인리스트는 홈페이지 ‘www.winenjoy.co.kr’에서 보면 된다. 홈파티를 계획 중이라면 칠레산 발디비에소무스카토(2만원)와 아르헨티나산 뉴에이지로제(1만3000원) 정도가 어울린다. 물론, 직접 가서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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