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공약 비교] ②대북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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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후보들은 대북 정책.공약에서 자신만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북핵 6자회담 급진전 등 남북한을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호(號)의 예비선장'으로서 대북 관계에 대해 어떤 비전과 해법을 제시하는 가가 유권자들에게는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대체로 평화협정과 정전선언 체결 등에 방점을 두는 반면,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북핵 폐기 쪽에 강조점을 두고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鄭 '평화협정 체결 통한 위대한 한반도' = 정 후보의 대북공약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위대한 한반도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으로 압축된다. 대북 정책은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5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 9.19 공동성명의 기초를 마련한 정 후보가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정 후보의 위대한 한반도 시대 구상은 '평화경제'와 '정예강군'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핵문제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는 한편으로 자신이 통일부 장관 시절 첫 삽을 뜬 개성공단의 2,3단계 확대와 남포, 해주, 신의주, 원산, 청진, 나진.선봉 등 북한 내 추가 특구조성 등을 통해 평화 경제공동체를 구축, 평화를 남북경제 발전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임기 내 평화협정 체결도 공약했다.

또한 평화협정 시대의 본격화와 맞물려 단계적 감군을 추진, 모병제 도입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전역 후 8년간 복무토록 돼 있는 예비군 제도를 폐지하고 지원 예비군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정예강군' 체제를 다져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취임 초기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2차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신속하게 실천해 나가는 한편 북핵 폐기 문제를 확실히 못박겠다는 구상이다. 정상회담의 연례화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평화협정과 북핵폐기의 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또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 관계의 정상화, 에너지 및 경제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등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포괄적 접근론을 견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先) 핵폐기론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남북평화선언→4자간 평화협정 체결→북미.북일 수교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평화체제 구축'의 로드맵을 갖고 있다.

◇李 '비핵.개방.3천' 구상 = 자신의 이름 영문 이니셜을 딴 'MB 독트린'이라는 명칭의 외교.안보 정책구상 핵심은 '비핵.개방.3천(千) 구상'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내에 3천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집권하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을 5년내 3만달러, 10년내 4만달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북정책에도 투영된 것으로, 이를 위해 5대 분야의 '포괄적 대북 패키지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경제분야에서는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교육분야에서는 산업인력 30만명 양성지원, 재정분야에서는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조성 등을 우리측이 지원하게 된다.

남북관계 발전구상과 관련, 한강하구에 약 900만평(여의도 10배 면적) 규모로 협력단지인 일명 '나들섬'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나들섬이 개발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사업기회 부여 ▲군사대치 완화 및 국가위험도 저하에 따른 외국자본 투자 증가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따른 통일비용 절감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동북아 허브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폐기와 납북자 송환 등의 현안이 의제로 설정된다면 시기와 관계없이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정략적 의도'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밖에 '이산 1세대'의 고령화와 사망을 감안해 전체 이산가족의 70%를 차지하는 70세 이상 이산가족은 당장 자유왕래를 실시하고, 70세 이하는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을 우선 시행한 뒤 단계별로 자유 왕래토록 해야 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昌 '상호주의'와 '국제공조' = 이회창 후보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위해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라는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북핵 폐기와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북핵 폐기 및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남북경협과 전략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각 종 강연 때마다 반복적으로 "홍역을 치르더라도 북핵폐기와 체제개혁.개방은 뚫고 나가야 할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면서 "지도자는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북정책 추진의 투명성 제고 및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정책 추진을 위해 기존 대북정책 추진 체제를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또 5년 내 모든 이산가족이 서로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등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북지원 및 남북경협도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배의 투명성 보장 하에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의 인권향상을 위해 국제사회 및 국제기구와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상호주의' 개념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탈북자의 국내 송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와 탈북자의 국내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 확대, 종교.민간.기업.개인 등의 자발적 탈북자 지원 장려 등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權.李.文 =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대북공약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비핵지대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중심으로 한다.

이와 함께 접경지역 평화벨트 조성,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생태문화지구 추진, 파주 남북합작 경제특구 건설, 통일센터 건립, 남북재생에너지 협력 프로젝트 추진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동맹 해체 동력 마련과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주한미군 3단계 철수 및 기지 반환 등으로 한반도 평화 모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생산적 햇볕정책의 적극 추진으로 남북이 공영하는 통일공간의 획기적 확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10.4공동선언에 포함된 적대종식, 종전선언, 평화체제 합의를 실천하고 동시에 북핵폐기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10.4 선언내 경협 합의를 실천하기 위해 서해평화공영특구(WSPCP) 건설, '남북평화공영특구'(PCP) 플랜 추진을 위한 북한개발프로젝트(NKDP)의 남북 공동수립 및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러시아의 자연자원과 미국의 시장, 일본의 배상금 자본, 북한의 인적자원을 한국의 경영능력과 결합하는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를 구축하면서 내년 중 북미 수교를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체제를 조기 정착시킨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인 '동북아 평화협력기구'(가칭)를 구축하는 한편 남북 경제협력을 심화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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