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붕괴원인조사 衆口難防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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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인 규명이 정확해야 사고 재발(再發)을 막을 수 있다.성수대교 붕괴같은 큰 사고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원인 규명은 더욱 철저해야 한다.그러나 사고난지 10일째가 되는 지금껏 사고 원인이 밝혀지는 쪽이기 보다는 헷갈리고 흐려지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왜 이리 헷갈리는가.사고 책임 관련 당사자들이 나서서 원인 규명을 하고 있으니 서로가 헷갈리는 주장을 하게 된다.사고책임을 양분(兩分)한다면 관리책임자인 서울시 아니면 시공업체인 동아건설이다.서울시는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해 원인 규 명을 했고,동아건설은 자체조사로 원인 규명 작업을 벌였다.이러니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그다음,토목 건설분야의 전문가 단체라할 학회간의 전문성이나 시각의 차이가 원인 규명에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다.검찰이 원인규명에 착수할때 기술지원을 한국강(鋼)구조학회에 의뢰했다.토목학회는 서울시 의뢰로 사고 전에 다리조사를 했지 만 안전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검찰은 토목학회를 제외했다는 것이다.대체로 토목학회는 콘크리트 구조분야를 중시하는 반면 鋼구조학회는철강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학문적 편중성이 작용할 수 있다.
이러니 원인 분석이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원인 규명이 분명치 않으면 안전대책 수립에도 큰 차질을 가져오지만 성수대교 붕괴의 원인을 법적으로 따져야할 검찰의 기능 또한 혼선을 부를 수 있다.분명한 인과(因果)관계를 따져 책임소재를 물어야 할텐데도 원인규명이 분명치 않으니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갈팡질팡하는 기분마저 들게 된다.
보다 분명한 원인 규명과 사고 책임을 따지기 위해선 이해 당사자들의 원인 규명 작업만으로는 불충분하다.들러리 전문가 단체를 내세워 공신력을 가장한 책임회피적 원인 규명을 발표하게 되면 혼선만 가중될 뿐이다.
붕괴원인이 처음에는 연결된 주변의 부식이더니 그 다음엔 아이바부분과 수직재의 용접불량으로 바뀐다.부식이 원인이면 관리 책임인 서울시가 책임을 지게되고 용접불량이면 시공업체 책임으로 뒤바뀌게 된다.이러니 당사자들의 원인 규명을 어떻 게 믿을 수있겠는가.
이러한 혼선을 막고 조사결과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전문가 단체를 망라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길 권한다.그래서 전문가적 공신력과 공정성을 확보한 이 새 위원회에 원인 규명책임을 맡겨야 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육안(肉眼)조사가 아닌 첨단 과학기재를 동원한 정밀검사를 해야 하고,아직도 조사에서 제외돼온 물밑에 떨어진 상판(床板) 부분에 대한 조사도 화급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상판이 물속에 열흘 가량 잠겨있어 이미 부식■ 시작되었을 것이다.물속에서 빨리 끌어내 원인 규명의 결정적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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